빚 ‘안 갚아도’ 봐주더니 “이런 대참사가”…우려하던 상황에 ‘발칵’

신용사면 받은 3명 중 1명, 다시 연체자로 전락
코로나·고금리 속 도입된 사면, 효과보다 부작용 커져
정부, 대상 5000만 원으로 확대…재연체 우려도 커진다

신용사면을 받은 채무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다시 빚을 갚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신용사면 제도가 효과를 내기보다는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이 민간 신용평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신용사면 대상자 약 286만 명 가운데 95만 명이 다시 연체자로 전락했다.

사면으로 신용점수가 오르고 금융거래가 가능해지자 새 대출을 얻었지만, 상환을 이어가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연체 기록 지워줬지만…되살아난 빚의 덫

정부가 신용사면을 꺼낸 배경은 코로나19와 고금리로 서민과 소상공인의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진 데 있다. 당시 한 번이라도 연체 기록이 남으면 수년간 대출이나 카드 발급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2024년 상반기, 2000만 원 이하 채무를 5월 말까지 전액 갚은 사람들의 연체 이력을 지워주는 제도를 시행했다. “빚을 갚았음에도 여전히 불이익을 받는 것은 과하다”는 취지였다.

사면 직후 효과는 분명했다. 개인의 평균 신용점수는 수십 점 올라 금융 접근성이 좋아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연체가 늘었고,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상당수가 또다시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일부에선 “신용회복 기회를 준 취지는 좋지만, 갚을 능력이 충분치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문을 열어준 것이 결국 재연체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미상환 대출 규모는 28조 원을 넘는 수준이다.

5000만 원까지 넓힌 사면…300만 명에 또 한 번의 기회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올해 하반기 신용사면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존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이하 채무까지 대상을 넓히고, 적용 기간도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로 늘렸다.

오는 12월 말까지 전액 상환하면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방식이다. 대상자는 약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정책 취지는 명확하다. 한 번의 실수로 수년간 발목 잡히는 악순환을 끊고, 상환을 끝낸 사람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확대 조치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지, 아니면 또다시 재연체자를 양산할지는 미지수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의 박탈감, 도덕적 해이 논란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신용사면은 빚을 탕감하는 제도가 아니다. 돈을 갚아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연체는 제도 설계와 운영에 근본적 점검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새로운 기회가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지금은 방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