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국민 돈으로 막는다니”…1인당 ‘이만큼’ 빚더미, 내역 보니 ‘충격’

나랏빚, 10년 새 두 배 속도로 불어난다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 80% 육박
이자 폭증에 재정 경직…위험한 도박 경고

한때 재정건전성의 모범 사례로 꼽혔던 대한민국 재정의 신화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장기 재정 전망은, 지금까지 양호한 부채 비율이라는 긍정적 지표 이면에 숨겨져 있던 ‘팽창 속도’라는 불편한 진실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변화를 넘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세대의 부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10년 만에 두 배… 전례 없는 속도로 불어나는 국가채무

전망에 따르면 2029년, 우리 사회가 받아 들 청구서의 윤곽이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난다. 국가가 세수(稅收)로 온전히 책임져야 할 적자성 채무는 1,360조 원을 돌파한다.

이를 당시 추계 인구(UN·WPP 기준)에 대입하면 국민 1인당 부담은 약 2,655만 원에 이른다. 전체 국가채무로 환산하면 그 금액은 3,485만 원까지 높아진다.

지난해 69.4%를 기록했던 적자성 채무 비중은 올해 71.1%로 증가했으며, 내년 72.7%, 2027년 73.9%, 2028년 75.0%, 2029년에는 76.2%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성 채무는 대응하는 자산이 없거나 부족해 향후 세금 등으로 상환해야 하는 채무를 말한다. 일반회계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가 대표적이다.

이는 당장 개인이 상환할 빚은 아니지만, 미래의 기술 개발, 사회 안전망 확충, 인프라 투자에 사용되어야 할 재원이 과거의 빚을 갚는 데 묶이는 재정적 족쇄와 다름없다.

문제의 본질은 부채의 절대적 규모를 넘어, 그 위험 수위로의 질주에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부채가 늘어난 여타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불과 10년이라는 압축된 기간 안에 재정 체력을 급격히 소진하는 경로를 밟고 있다.

2019년 30%대 중반에 머물렀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9년 60%에 육박하는 것은 정상적인 재정 운용의 궤도를 이탈한, 전례 없는 속도다.

신뢰 흔들리면 금리 폭등… 빚의 악순환 시작된다

이러한 가속도는 대외신인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글로벌 투자자들과 신용평가사들은 부채의 총량만큼이나 증가 속도를 예민하게 주시한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국가라는 신뢰 자산에 균열이 생기면, 이는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결국 더 비싼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또 늘어난 이자 부담은 내부적으로 국가의 손발을 묶는다.

매년 막대한 재원이 이자 지급에 묶이면서 기후 대응, 저출산 해소, 감염병 대비 같은 시대 과제에 쓸 여력은 줄어든다. 성장과 복지라는 미래 투자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투자라고 항변하지만, 구체적인 지출 개혁과 재정준칙 확립이라는 안전장치 없는 확장은 위태로운 도박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는 단기적 경기 부양의 유혹과 미래 세대의 부담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번영이 아닌 빚의 유산을 물려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