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대규모 감원
MS 같은 IT 뿐만 아닌 제조업도 직격탄
교육을 통한 새로운 희망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쏘아올린 구조조정의 신호탄에 IT 업계 뿐만 아닌 다른 업계마저 술렁이고 있다.
바로, MS가 최근 약 7천명 규모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2023년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에 이어 최대 규모다.
인공지능(AI) 시대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이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MS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 개편을 계속 진행 중”이라며 이번 인력 감축은 전체 부문과 직급, 지역에 걸쳐 단행된다고 밝혔다.
생존의 법칙, 호실적에도 칼을 뽑다
아이러니하게도 MS의 구조조정 소식은 호실적 발표 직후 나왔다.
MS는 지난 1분기에 700억7천만 달러의 매출과 3.46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는 33%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예상치인 30.3%를 뛰어넘었다.

실적 발표 다음 날 MS 주가는 8% 가까이 급등하며 애플을 제치고 뉴욕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지난 12일에는 주가가 449.26달러까지 치솟으며 올해 최고가를 경신했고, 역대 최고가인 지난해 7월의 467.56달러에 근접했다.
그런데 왜 호실적에도 구조조정을 단행했을까? MS 측은 이번 감원이 성과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불필요한 관리 계층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관리직 구조 축소가 주요 목표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MS가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조직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중간 관리자층을 줄이고 의사결정 구조를 간소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AI 시대, 구조조정의 서막인가
이번 MS의 대규모 감원은 AI 시대의 본격적인 구조조정 물결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약 41%가 AI 도입으로 향후 5년간 인력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AI 기술 발전은 기업의 인력 구조와 고용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는 AI와 자동화 시스템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제조업의 생산라인부터 금융권의 단순 데이터 처리, 콜센터의 상담 업무까지 AI로 대체되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AI가 진화할수록 단순히 일을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중간 관리자의 역할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직무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조직 계층이 평평해지는 플랫 조직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구조조정 물결, MS만의 문제 아니다

MS의 구조조정은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고금리, 인플레이션, 공급망 불안, 지정학적 리스크, 기술 변화, 경기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본 닛산자동차가 전 세계적으로 약 2만 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IT·테크 업계에서는 MS뿐 아니라 메타, 블랙록 등도 2년 연속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쉐브론이 2026년까지 전 세계 인력의 15~20%를 감축할 계획이고, BP도 약 5% 감원을 예고했다. 금융권과 의료·제약 업계, 소비재·유통 업계 등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자산가치 하락, 신용경색, 정부 지원 축소, 비용 압박,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직무의 부상과 재교육의 중요성

그러나 AI 시대의 인력 구조조정이 단순한 일자리 감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 AI를 개발·관리·운영하는 새로운 직무도 생겨나고 있다. 데이터 분석가, AI 엔지니어, 윤리 및 규제 전문가 등 새로운 역할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창의력, 문제 해결력, 감정적 소통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직무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고 대신 AI로 대체된 인력을 신규 AI 관련 부서나 창의적 업무로 재배치하는 전략도 확산되고 있다.
한 AI 전문가는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직무와 기술이 미래에 필요할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생 학습과 새로운 기술 습득에 투자하는 개인과 이를 지원하는 기업이 AI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MS의 구조조정 소식은 AI 시대 고용 시장의 격변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최고 기업도 피해갈 수 없는 AI 시대의 근본적 변화 속에서, 기업과 근로자 모두 생존 전략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