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유일한 희망인데”…연봉 1억 부자들도 ‘싹쓸이’ 나섰다, 대체 왜?

연 1억 넘게 버는 상위층도 로또 줄 선다
저소득층은 줄었지만 고소득층 지출은 두 배
불황과 집값 불안에 복권 시장 7조 돌파
고소득자 로또 판매량
출처 : 연합뉴스

최근 고소득층의 복권 구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복권 지출 데이터를 보면, 소득 하위층은 지갑을 닫은 반면 상위 20% 가구는 오히려 복권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복권은 생활이 빠듯한 이들이 ‘마지막 희망’처럼 찾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연 1억 버는 상위층도 로또 줄 선다…‘한탕 심리’ 확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복권을 구매한 가구의 평균 지출액은 7683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소득 계층별 변화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지출액이 30% 이상 줄었지만,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20% 넘게 늘었다. 실제 지출액도 9200원을 웃돌아 저소득층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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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이들이 얼마나 버는지를 보면 상황이 더 선명해진다. 통계청 자료를 연환산하면 상위 20% 가구의 평균 총소득은 연 약 1억 4300만 원 수준이다. 그중 임금·봉급 등 근로소득만 놓고 봐도 연 1억 원 안팎이다.

일반적인 가구 전체 평균 소득이 연 6400만 원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소득 격차는 뚜렷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복권 판매소 앞에 줄을 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기 비관 심리를 첫째 이유로 꼽는다. 물가와 금리,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앞으로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줄어든 것이다.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도 자산을 불릴 길이 마땅치 않다고 느끼는 순간, ‘한 번에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복권의 매력이 커진다.

고소득자 로또 판매량
출처 : 연합뉴스

집값은 또 다른 요인이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반에서 주택 가격이 수억 원대에 머무르며, 평균 소득으로는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월급만으로는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좌절감이 복권으로 눈길을 돌리게 한다는 분석이다. 결국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갖춘 고소득층마저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복권을 찾고 있는 셈이다.

복권 판매 첫 7조 돌파…불황 속 ‘한 줄기 희망’ 찾는 민심

한편 복권 시장은 해마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전체 판매액은 7조 원을 처음으로 돌파했고, 이 가운데 로또가 차지한 비중이 가장 크다.

특히 로또 판매액은 5조 6000억 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 자주 복권 판매소로 향하고 있다.

고소득자 로또 판매량
출처 : 연합뉴스

복권은 더 이상 저소득층만의 선택지가 아니다. 상위 20% 가구조차 불안한 미래와 치솟는 집값 앞에서 ‘한 번의 기회’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복권 지출 증가가 보여주는 건 단순한 소비 패턴의 변화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현재 경제 환경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향후 경기 흐름과 사회 전반의 불안 요인이 어떻게 달라질지, 복권에 기대는 이들의 심리가 얼마나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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