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통합 앞두고 ‘자산 가치’ 논란
1.2:1 비율 땐 아시아나 고객 손해 우려
스타얼라이언스 혜택 사라질까 불안 고조

“이럴 거면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모았나 싶어요.”
5년 넘게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쌓아온 직장인 박모 씨(38)는 요즘 통합 소식이 들릴 때마다 답답함을 감추지 못한다.
“여행 한 번 제대로 가보겠다고 카드도 바꾸고 출장이면 무조건 아시아나 탔는데, 이제 와서 이걸 깎는다고 하니까 허탈하죠.”
박씨는 지금이라도 마일리지를 쓰는 게 나을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같은 마일, 다른 가치”… 통합 앞두고 터진 ‘마일리지 불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마일리지 통합안의 ‘불합리한 계산법’이 소비자들의 자산 가치를 위협하는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숫자 조정처럼 보였던 통합안이 자산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온라인 커뮤니티는 ‘지금 당장 써야 하나’는 반응으로 들끓고 있다.
애초에 두 항공사 마일리지의 ‘가격표’는 달랐다. 항공업계에서는 통상 대한항공 1마일을 약 15원, 아시아나 1마일을 11~12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적립 효율도 차이가 있어, 대한항공이 신용카드 1,500원 결제당 1마일을 제공한다면 아시아나는 1,000원당 1마일 적립이 일반적이었다.

사용처의 매력도 달랐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 소속으로 델타항공, 에어프랑스와 연계됐고, 아시아나는 스타얼라이언스의 일원으로서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항공 등 막강한 네트워크를 자랑해왔다.
같은 10만 마일이라도 축적의 난이도와 사용의 가치가 달라 몸값이 다를 수밖에 없었던 구조다.
“1.2:1이면 손해”… 통합 비율에 쏠린 소비자들의 눈
통합 과정의 최대 쟁점은 단연 교환 비율이다. 시장가치에 따라 비율이 정해질 경우, 아시아나 마일리지 가치가 실질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가령 통합 비율이 1.2 대 1로 결정된다면, 보유했던 아시아나 12만 마일은 10만 마일로 줄어든다. 설상가상으로, 두 항공사 회원이 통합된 후 보너스 좌석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마일리지 가치의 실질적 하락을 의미한다.

사용처 축소는 아시아나 우수 고객에게 가장 치명적인 변수다.
스타얼라이언스 특유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고자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모아온 고객에게 스카이팀으로의 강제 전환은 오랜 시간 쌓아온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일부 고객들은 통합 전 스타얼라이언스 보너스 항공권 발권을 서두르는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하지만 섣부른 마일리지 소진이 능사는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후생 감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다시 마련하라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내놓을 수정안에는 추가 마일리지 제공, 우수회원 등급 유지 조건 완화 등 예상 밖의 ‘당근책’이 포함될 수 있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여행 계획과 전략에 달려 있다. 스타얼라이언스 항공편 이용 계획이 확고하다면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일 수 있다. 반면, 뚜렷한 사용 계획이 없다면 관망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