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5만 명이 몰려든다” 기대감 들썩이는데… 이곳은 ‘좌불안석’? 대체 무슨 일

제주도 외국인 관광객 73%가 중국인
전국 무비자 확대로 타지역 분산 우려
제주만의 경쟁력 사라져 위기감 고조

한때 제주도 관광의 핵심 축이었던 중국인들의 발길이 이제 전국으로 향할 전망이다.

내년 6월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제주 관광업계가 깊은 우려에 빠졌다. 독점적 혜택이 사라진 제주도는 이제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무비자 혜택 상실로 위기 맞은 제주

정부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15일간 비자 없이 한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는 기존처럼 3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지만, ‘비자 없이 여행한다’는 핵심 경쟁력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무비자 확대 첫날인 29일에는 중국 톈진발 크루즈 ‘드림호’를 통해 2000여 명의 중국 관광객이 인천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제주 대신 수도권을 중심으로 관광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가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주 관광업계 관계자는 “무비자 입국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제주만의 독점적 매력이 사라졌다”며 “중국 관광객들이 서울, 부산 등 타 지역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 제주 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과거의 쓰라린 경험, ‘한한령’ 트라우마

이러한 우려가 더욱 깊어지는 배경에는 과거 ‘한한령’의 쓰라린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2017년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제한 조치로 제주 외국인 관광객은 2016년 360만명에서 1년 만에 123만명으로 65% 이상 급감했던 아픔이 있다.

당시 제주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으며, 그 여파로 제주-중국 직항 노선도 2016년 31개 도시에서 현재 13개 도시로 대폭 축소됐다.

제주 관광시장에서 중국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70만여 명 중 73.8%가 중국인이었다. 전년 대비 16.1% 증가한 수치다.

한 제주 여행업계 종사자는 “중국의 경기침체 장기화와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 중국인 여행수요 하락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비자 경쟁력마저 사라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관광업계는 ‘기대감 충만’

반면 수도권 관광업계와 유통업계는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이들에게 무비자 정책 확대는 새로운 호황기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적극적으로 재개했으며, 최근 석 달간 전체 매출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는 중국 관광객 특수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국경절 첫 주간에는 약 4천명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무비자 정책은 단순 단체관광객 확대를 넘어 객단가가 높은 비즈니스 단체와 개별 여행객 유치로 이어지는 질적 성장의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무비자 조치로 2025년 6월까지 약 10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중국인 방한객이 전년보다 22.6% 증가한 53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 관광시장의 판도 변화 속에서 각 지역의 관광업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도는 고유한 매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관광으로 전환하는 것이 생존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