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잘 될 줄 알았건만”…’술렁’이는 현대차, 대체 무슨 일이?

미국발 관세 쇼크
일본차에 가격 경쟁력 밀려
현대차 수출길에 켜진 빨간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순항하던 현대차그룹에 갑작스러운 비상등이 켜졌다.

최대 경쟁 상대인 일본에게는 관세 인하라는 선물이 주어진 반면, 현대차는 여전히 높은 관세의 족쇄에 묶이게 된 것이다. 현대차는 하루아침에 불리한 운동장에서 싸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일본엔 ‘선물’, 한국엔 ‘폭탄’…엇갈린 관세 정책

사건의 발단은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5일(현지시간) 연방 관보를 통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6일부터 15%로 인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에 25%의 ‘안보 관세’를 부과해 왔다. 이로 인해 기존 관세 2.5%를 내던 일본은 총 27.5%의 높은 관세를 물고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미국과 큰 틀의 무역협정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사항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아,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에 여전히 25%의 관세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일본과 유럽 등 경쟁국들이 관세 장벽에서 벗어나는 동안 한국만 홀로 남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가격표부터 다른 경쟁, ‘10%의 벽’

이번 조치로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당장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차에 크게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일본차의 관세가 15%로 낮아지는 반면 현대차는 25%를 유지하게 되면서, 양국 자동차 사이에는 10%의 관세 격차가 발생한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동일한 모델을 기준으로 현대차는 일본 경쟁차보다 약 10% 이상 비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현대차는 차량 가격을 올려야만 한다. 가격에 민감한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특성상 이는 곧바로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수출 급감 현실로…현대차의 고육지책

실제로 관세 폭탄의 여파는 이미 수치로 경고된 바 있다. 관세 인상 직후인 지난 5월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이 약 21% 감소했으며, 특히 현대차의 대미 수출량은 전년 대비 31% 가까이 급락한 전례가 있다.

IBK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연간 자동차 수출액이 최대 18.6% 줄어들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영업이익률이 최대 5%포인트 이상 하락할 수 있으며, 이는 연관 산업과 국가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벼랑 끝에 몰린 현대차는 미국 현지 생산을 대폭 확대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현지에 공장을 짓고 부품 현지화를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장기적 해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손실과 수출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