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난 줄 알았다”…비상계엄 때보다 ‘심각한 상황’, 정부까지 ‘발칵’

1470원대 고환율, 생활 물가 전반에 부담 커져
필수 수입품 값 급등하며 비용 압력이 빠르게 확산
계엄 시기 넘는 환율 구간…시장 불안감 계속 확대

달러·원 환율이 다시 1470원대 중반으로 오르면서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화가치가 빠르게 약해지고,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가 연달아 압력을 받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생활 전반의 가격이 다시 무겁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원화의 실질가치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구간까지 떨어졌고, 한국 경제는 환율 변동에 더욱 민감해진 상태다.

수입 의존 경제의 취약한 고리…환율 한 번에 비용이 출렁인다

한국은 필수적인 에너지와 식품,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단기간에 부담을 체감한다.

같은 양의 원자재를 사더라도 지불해야 하는 원화 금액이 커지고, 이 변화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용 구조 전체에 스며든다.

생산비 상승은 공산품 가격과 가공식품 가격으로 이어지고, 운송비와 유통비도 함께 오르며 일상적인 소비 항목들이 하나둘씩 비싸진다.

최근 몇 달 사이 생산자물가지수와 수입물가지수가 동시에 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 시장 가격이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도 환율이 뛰면 원화 기준 비용이 즉시 바뀐다. 소비자물가가 2%대 후반으로 회복된 것도 이런 영향이 누적된 결과로 해석된다.

계엄 시기보다 높아진 환율…불안 키우는 구조적 압력

석유류, 축산물, 가공식품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가격 상승이 특히 두드러진 상황이다.

주목되는 점은 지금의 환율 수준이 작년 계엄령 선포 직후 기록된 고점보다 더 높은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그 시기에도 불확실성 확대가 환율을 급등시켰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긴장, 해외투자 확대 같은 요인들이 겹치면서 원화의 약세 압력이 더 넓은 범위에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은 외부 변수 하나에만 반응하는 국면이 아니라, 여러 구조적 원인이 동시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고환율이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며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가 시장 수급에 주는 영향을 고려한 논의도 이뤄지는 중이다.

다만 달러 수요와 글로벌 금융 환경이 복합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환율의 흐름이 단기간에 변화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환율이 움직일 때마다 가격과 심리가 함께 흔들리는 시기다. 수치의 변화가 생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시장의 다음 흐름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