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더니”…결국 초유의 사태 벌어졌다, 45년 만에 ‘발칵’

천장 뚫은 금값, 1980년 물가 환산치도 돌파
트럼프 압박·금리 인하 전망, 불확실성에 불붙다
중앙은행·개인 모두 위기 속 금으로 몰린다

금값이 또다시 천장을 뚫었다. 최근 국제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3,600달러를 넘어섰고, 물가 변동을 반영한 수치로도 1980년 최고 기록을 뛰어넘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전 세계를 덮친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정치적 불안, 각국의 외환보유 전략까지 맞물리며 금값은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40% 치솟은 금값…투자자들 “확실한 피난처는 금뿐”

올해 금값은 이미 수십 차례 최고가를 새로 쓰며 약 40% 가까이 올랐다. 불과 몇 달 새 수백 달러가 뛰었고,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용시장 약세,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은 투자자들의 시선을 금으로 향하게 했다. 금리는 낮아질수록 국채 수익률이 줄고, 금의 상대적 가치는 더 커진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금만큼 확실한 피난처는 없다”는 믿음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정치적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압박하고 무역 전쟁과 감세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연준이 물가 상승 위험을 무릅쓰고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은 금값 랠리를 부추겼다. 이는 1970년대 닉슨 대통령 시절과 닮아 있다.

당시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석유 파동까지 겹치면서 금값은 850달러로 치솟았다. 현재 물가로 환산하면 약 3,590달러 수준인데, 이번에 이를 넘어선 것이다.

다만 양상은 다르다. 1980년대 초반의 급등락과 달리, 이번 상승세는 더 완만하고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엔 단발적 충격이 가격을 끌어올렸다면, 지금은 구조적인 불확실성과 글로벌 자금 흐름이 금값을 떠받치고 있다.

국가도, 개인도…위기 속에 다시 찾는 금

중앙은행들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한때 금을 외면하던 중앙은행들은 이제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제재 위험을 막기 위해 금을 적극 매입한다.

러시아가 전쟁 이후 외환자산이 동결되자 금 보유를 크게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금은 이제 투자 수단을 넘어 국가 전략 자산으로까지 확대됐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과 정치적 불안, 재정 적자 우려 속에서 금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수 세기 동안 위기 때마다 등장한 금의 역할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랠리 역시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금값은 여전히 오르는 중이다. 그러나 이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과거처럼 갑작스러운 조정이 올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상승세가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금이 보여주는 그래프는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안을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지금은 섣부른 낙관보다 신중한 관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