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4년 만에 7천 원대 재돌파
마트는 버티는 중…속은 이미 흔들린다
공급 불안 장기화 땐 또 급등 가능성

“아침마다 계란후라이 하나 먹는 것도 사치가 될 판이네.”
계란값이 다시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특란 30개 기준 평균 소비자 가격이 7,026원을 넘어서며 4년 만에 7천 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2021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전국이 계란 품귀에 시달렸던 때와 맞먹는 수준이다.
계란이 식탁의 기본이자 물가 체감의 척도로 여겨지는 만큼, 대형마트들도 그야말로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계란값은 그대로인데… 유통업계는 속앓이 중”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이미 납품가가 10~20%가량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 인상은 최대한 억제 중이다.
홈플러스는 2년째 7,990원이라는 가격을 고수하며 마진을 줄였고, 이마트는 지난해 6월보다 400원만 인상해 7,980원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대란 기준으로 7,990원을 넘지 않게 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통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언제까지 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조용한 신호전이 오가고 있다.
공급 상황이 완전히 붕괴된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들은 계란 수급이 작년의 80~90% 수준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의 이야기다. 실제로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산란율이 저하되고, 오는 9월부터 산란계 사육 면적이 50% 확대되면 공급 기반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8월까지는 노계(산란이 끝난 닭)를 정리하는 시기여서 병아리 입식 전까지는 계란 생산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 마디로, 겉으로는 안정돼 보여도 안에서는 삐걱거리는 셈이다.
“잠시 내린 숨통…계란값, 다시 뛸 준비 중인가”
정부는 여름철 수요 감소와 산란계 생산 주기 연장으로 가격이 점차 안정될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유통업체들의 시선은 조금 더 조심스럽다.
일시적 안정을 지나 다시금 가격이 치솟는 ‘반짝 안정’의 반복을 누구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은 기존의 30구 판란 중심 판매에서 벗어나 등급란, 동물복지란 등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리스크 분산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납품처 확보에도 공을 들이며 시장의 변수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계란값은 식재료 가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민들이 물가 변동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품목이자, 유통시장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지표다.
지금은 고요해 보이지만, 시장의 바닥에서는 이미 조용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당장의 가격은 억제되고 있지만, 공급 불안이 장기화된다면 어느 순간 계란값은 또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