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안 산다더니” 현금 부자들 몰려든 ‘이곳’?… 이유 봤더니 ‘맙소사’

강남 등 고가 지역 월세 계약 급증
취득세, 종부세 등 세금 부담 회피
월 1000만 원 이상 초고가 거래 늘어

주택을 구매할 자금 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월 수백만 원의 고액 월세를 선택하는 현상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 소유보다 월세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부자들의 새로운 부동산 철학은 서울 임대시장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강남 월세 계약 4건 중 1건이 300만 원 이상

서울 강남구 등 고가 지역에서 월세 계약이 빠르게 증가하며 고액 월세 시장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 기업 직방과 국토교통부가 1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에서 체결된 월 300만 원 이상 고액 월세 계약 건수는 459건으로, 이는 서울 전체 월세 계약(6246건)의 7.3%에 해당한다.

고액 월세 계약은 올해 들어 매달 400건에서 700건 안팎으로 꾸준히 체결되고 있다.

고액 월세 계약은 강남 3구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133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지난달 강남구에서 이뤄진 전체 월세 계약 531건 중 25.04%를 차지하여, 4건 중 1건이 고액 월세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서초구는 113건, 송파구는 63건이 체결되었으며, 이 밖에도 성동구, 용산구, 마포구 등 한강벨트 인기 지역에서도 고액 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주택 소유보다 월세가 낫다”는 부자들의 판단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이 주택을 소유하는 대신 고액 월세를 선택하는 핵심 이유로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주택 관련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심리를 꼽는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김인만 소장은 “주택을 사면 취득세와 재산세, 종부세 등을 내야 하는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월세를 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법인 운영 사업자의 경우 월세를 사업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월세 선호 요인 중 하나이다.

또한 고금리 시대에 전세 보증금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전세 사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월세가 경제적 선택으로 부상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거액의 전세 보증금 회수에 대한 걱정이 있고, 집주인 입장에서도 추가 투자를 위해 보증금이 큰 전세보다는 월세 계약을 선호한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월 1천만 원 초고가 월세도 급증 추세

월 300만 원 이상의 고액을 넘어 월 1천만 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 거래도 급증하는 추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월 1000만 원 이상의 월세 거래는 올해 6월까지 46건으로 집계되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올해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 134.9㎡는 월세 1402만 원, 전용 85㎡는 월세 1003만 원에 거래되었다.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지난 3월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2500만 원,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는 월세 2500만 원에 계약되는 등 초고가 월세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1천만 원 이상 월세를 내고 사는 세입자들은 주로 법인 명의이거나 전문직, 연예인 등 현금 흐름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만랩 리서치 황한솔 연구원은 전세 대출 금리가 낮아지지 않는 한, 서울 전체 월세 가격 상승과 더불어 월 1000만 원 이상의 초고가 월세 거래 증가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