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살이도 서러운데 “이젠 씨가 말랐다”… 드러난 이유 봤더니 ‘망연자실’

임대차 계약 10건 중 6건이 월세
기준금리 인하, 사기 여파 겹쳐
서민 주거비 부담 가중 우려 고조

전셋값 급등과 전세 사기 후폭풍,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 임대차 시장이 ‘월세 시대’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현재 임대차 계약 10건 중 6건 이상이 월세 형태로 체결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는 실정이다.

전세 거래는 급감, 월세 비중 60% 돌파

국토교통부가 10월 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전세 거래량은 7만 2,573건으로 집계되어 전년 동월 대비 17.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증부월세, 반전세 등을 포함한 월세 거래량은 14만 1,182건으로 16.4%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 속에 올해 8월까지 누적된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2.2%를 기록하며 임대차 계약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2023년 55.0%, 2024년 57.4%였던 월세 비중은 5년 평균치인 49.4%를 크게 웃돌면서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세화 속도는 비(非)아파트 시장에서 더욱 빨라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2025년 8월 기준 76.0%에 달했다.

기준금리와 전세사기가 만든 월세 선호

급격한 월세화 현상의 배경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월세가 유리해진 경제적 환경과 전세 위험 회피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했을 때의 이율은 연 2%대 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 전환율은 5%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를 받는 것이 확실히 이득이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의 함영진 랩장은 “은행 1년 만기 예금 이율은 연 2.4~2.5% 수준이지만, 전월세 전환 이율은 5%대 안팎이다”라며, “보증금을 내줄 여력이 있다면 월세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세 사기 피해가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에서 속출하면서 세입자들의 전세 기피 심리가 월세화를 부추겼다.

여기에 전세 물량 감소와 대출 규제가 더해져 월세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든 데다, 6·27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면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됐다.

고비용 주거구조 고착 우려, 정책적 지원 시급

월세화 흐름은 장기적으로 ‘고비용 주거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세의 위험성은 줄어들 수 있으나, 월세가 가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함 랩장은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줄면서 전세대출 총액이 감소했다”며 “현재 임대차를 유지하려면 보증부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월세 시대를 맞아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월세 세액 공제 확대, 주거 바우처 지급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