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기특하네”, “단돈 2만원으로 효도를?”…요새 부모님들 ‘웃음꽃’ 핀 이유

불황에도 공항 북적…여행자보험 매출 급등
20대 ‘미니보험’ 열풍, 보험시장 판 바꾸다
건수는 늘고 단가는 하락…수익성은 숙제

해외여행이 다시 붐을 타면서 여행자보험이 보험업계의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공항 출국장의 줄은 다시 길어졌고, 그만큼 보험사들의 웃음도 커졌다. 불황 속에서도 예외적으로 성장한 드문 사례다.

특히 최근 20대 젊은 층의 가입이 눈에 띄게 늘면서, 요즘 같은 사건·사고 많은 시대에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주는 ‘효도 상품’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37% 급증한 여행자보험”…공항 붐이 불황 뚫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 삼성, 현대, KB, DB, AXA, 농협, 카카오페이 등 9개 주요 손해보험사의 올해 1~8월 여행자보험 신규 계약 건수는 227만3천 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5만7천 건에서 37.2%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원수보험료는 474억 원에서 517억 원으로 9% 늘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전체 시장 규모는 약 927억 원, 업계에서는 ‘1천억 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젊은 세대의 급성장이다. 20~29세 가입 비중은 2021년 9%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5%를 넘어서며 세 배 가까이 확대됐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 상품이 늘어나며 보험이 낯설던 세대가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만~3만 원대의 부담 없는 가격대도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 같은 흐름은 경기 회복이라기보다 이동의 회복에 가깝다. 여행자보험은 경기지표보다 ‘공항 이용객 수’에 더 민감한 상품이다. 실제로 올해 해외 출국자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항공권 가격이 높고 환율이 불안정한데도, 일단 떠나는 사람들은 늘었다. 여행이 늘면 보험이 따라간다. 불황이 무색한 이유다.

‘탑승 직전 가입 OK’…보험사들, 하늘길 잡고 디지털 경쟁

보험사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출국 직전까지 모바일로 가입할 수 있는 간편형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한화·KB·롯데손해보험은 ‘비행기 탑승 전 클릭 한 번’으로 가입 가능한 서비스를 내세워 젊은 층 공략에 나섰다. 예전 같으면 여행사 창구에서 덤으로 들던 보험이, 이제는 개인이 직접 고르는 맞춤형 상품으로 바뀌었다.

다만 화려한 성장 뒤에는 숙제도 있다. 계약 건수는 급증했지만 건당 보험료는 2만9천 원에서 2만3천 원으로 20% 이상 하락했다.

단기·소액 중심의 미니보험이 확산되면서 전체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이 커져도 모든 보험사가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을 “불황형 성장의 대표적 사례”로 본다. 지갑이 닫히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행’에는 돈을 쓴다. 그리고 그 지출의 바로 옆자리에 여행자보험이 있다.

경기의 흐름을 거슬러 오른 이 작은 보험 시장이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