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도 이사가야 할까”… 예견된 위기가 결국 현실로? 부모들 ‘발 동동’

초등학교 신입생 0명 학교 급증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직격탄
학생 통학 거리 등 교육 질 우려 증폭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긴 학교가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며 사회 전체에 충격과 우려를 던지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초등학교는 단 한 명의 1학년 신입생도 받지 못하는 유령학교로 변하고 있어, 학령인구 감소가 지역 소멸이라는 예견된 위기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학령인구 절반 수준… 신입생 없는 학교 184곳 집계

1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광주·부산교육청을 제외한 15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학년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는 184곳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해 112곳과 비교하여 최소 60%나 늘어난 수치이다.

신입생이 없는 학교는 172곳 이상이 비수도권 또는 농촌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북이 42개교로 가장 많았고, 전남 31개교, 경남 26개교, 전북 25개교, 강원 21개교, 충남 16개교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 세종 등 일부 시도에서는 모든 초등학교가 신입생을 받았다.

이러한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저출생으로 인한 취학 아동 수 감소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취학 예정 아동은 35만 6258명으로, 25년 전인 2000년 66만 9609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젊은 가구가 빠져나간 농촌 지역의 작은 학교를 중심으로 ‘입학생 제로(0)’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통폐합 증가에 따른 교육 환경 악화 우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중첩된 위기는 학교 통폐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내년에 통폐합이 예정된 초·중·고교는 최소 56곳으로, 올해 49곳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 역시 지방 소재 학교들의 통폐합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학교 통폐합이 교육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학교가 사라지면 학생들은 더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며, 이는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체력적, 시간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등·하교 시간이 늘어나 방과 후 활동이나 학습 시간이 제한될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된다.

소규모 학교에서만 가능했던 맞춤형 교육이나 학생 개개인에 대한 지도가 사라지고, 통합으로 인한 과밀 학급 발생 시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민정 의원은 “지역의 학령인구가 줄어 학교 통폐합이 늘어나는 만큼, 통폐합 과정에서 학생의 통학 거리와 교사 배치 등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는 지역 공동체의 상징, ‘지역 소멸’ 가속화 우려

학교 통폐합은 단순히 교육 문제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학교는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 공간이자 지역의 상징으로서 기능하는데, 학교가 문을 닫으면 마을의 정주성과 공동체 결속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소규모 학교의 폐지는 농어촌과 지방의 황폐화를 부추겨 젊은 가구의 유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이는 결국 지역 소멸 위험을 키운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크다.

통폐합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운영 및 행정 비용 절감과 학급당 학생 수 조정으로 교육 과정 운영의 정상화를 꾀한다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다.

그러나 교육의 공공성과 지역 공동체의 보존, 학생 개개인의 교육권 보호라는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통폐합보다는 폐교된 학교를 지역 사회의 자원으로 활용하거나, 원격 교육과 연계한 새로운 교육 모델 등 지역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정책 추진 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는 등 교육 공동체의 참여와 합의를 통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