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통째로 뒤엎어라”…황무지에서 ‘반도체 왕국’ 일군 故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5년째 살아있는 유산
반도체·인재·문화까지, 이건희 철학 여전히 현재진행형
위기의식이 혁신의 출발점, 삼성이 다시 묻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남긴 ‘변화’의 유산이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난 현재에도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 24일 수원 가족 선영에서 열리는 5주기 추도식은 유족과 삼성 주요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지금의 삼성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그 정신을 되새기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그의 선언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삼성의 구석구석을 관통하는 핵심 DNA로 각인되어 있다.

인재에 베팅한 경영자, ‘사람이 곧 삼성’이라는 믿음

1990년대 초 ‘값싼 제품’ 이미지에 머물던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이 회장의 결단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질이 곧 생명”이라고 외친 선언은 삼성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신호탄이 됐다.

공장 마당에 불량 제품을 쌓아놓고 불태운 ‘품질 화형식’은 양이 아닌 질, 모방이 아닌 창조가 삼성의 새 언어가 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그의 혜안은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당대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반도체 투자는, 2025년 현재 삼성이 메모리 시장 1위를 수성하고 AI 시대의 핵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에 사활을 거는 기반이 됐다.

미국과 한국에 건설 중인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10년 뒤를 위한 투자”와 “미래를 위해 과감히 베팅하라”는 그의 철학이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다.

“기업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는 신념 아래 인재에 투자한 것 역시 핵심 유산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던 ‘지역전문가 제도’는, 현재 삼성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토대가 되었다. 출근부를 없애고 자율과 창의를 강조한 시도는 현재 삼성 조직 문화에 살아있는 정신이다.

‘이건희 컬렉션’에서 병원 기부까지…세상을 바꾼 나눔의 철학

경영을 넘어 사회로 향한 그의 시선도 재조명된다. “문화가 곧 나라의 품격”이라며 기증한 2만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은 올해 미국 스미스소니언과 영국 대영박물관 전시로 이어져 세계인과 만난다.

“모든 어린이가 행복해야 한다”는 생전의 뜻에 따라 유족들이 출연한 1조 원 규모의 소아암·희귀질환 기금 역시, 의료 지원 사업으로 이어져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삼성은 지금 기술 경쟁 심화와 내부의 개방적 변화 요구라는 새로운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위기의식이 곧 혁신의 출발점”이며 “자만은 금물”이라는 고인의 경고는, 과거의 교훈을 넘어 여전히 삼성이 풀어야 할 ‘진행 중인 과제’다.

거인의 발자취 위에서 “멈추지 말고 바꿔라”는 그의 목소리를 되새기며 삼성이 어떤 새로운 길을 열어갈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