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 앞뒀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어요”…정부 강력 규제에 ‘멘붕’

전세 매물 3개월 새 8% 급감
송파구 상승률 서울 평균 3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전세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매매 수요가 전세로 몰리면서 매물은 바닥을 치고 가격은 치솟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세 매물 품귀 현상, 수급 불균형 심각

한국부동산원이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1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101.5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어선다는 것은 전세를 찾는 수요가 공급을 압도한다는 의미다. 임차인들이 원하는 집을 찾기 어려워지고 전셋값 상승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매물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조사 결과 현재 서울 전세 매물은 2만 3132건으로 3개월 전 2만 5225건보다 8.3%나 줄어들었다.

성북구는 919건에서 455건으로 무려 50.5%가 감소하는 등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 품귀 현상이 극심하다. 한 달 전 5억 원이던 시세는 5억 5000만 원으로 10%나 뛰었다.

강동구도 891건에서 704건으로 21.0% 줄었고, 용산구는 617건에서 527건으로 14.6% 감소했다.

선호 지역 중심 가격 급등세 지속

전셋값 상승폭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8월 3주 0.05%에서 시작된 상승률은 8월 4주 0.06%, 9월 1주 0.07%로 2주 연속 커졌다.

강남 3구 중 송파구가 0.20% 상승하며 서울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구도 0.05%까지 상승폭이 확대됐다. 신규 입주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서초구는 보합으로 전환했다.

강동구는 0.12%에서 0.14%로, 마포구는 0.04%에서 0.08%로, 양천구는 0.08%에서 0.10%로, 용산구는 0.07%에서 0.09%로 각각 상승폭이 확대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역세권 신축 단지와 학군지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몰리며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절벽에 규제까지 겹친 완벽한 폭풍

신규 입주 물량 부족도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서울에서 분양을 통해 공급되는 신규 입주 물량은 6곳 1118가구에 불과하다. 대단지 아파트 한 곳 규모로는 현재의 수요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다.

여기에 6월 27일 발표된 대출 규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매매 수요자들이 높아진 대출 문턱에 막혀 전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전세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물 감소와 금융 환경이 맞물리며 전세가격 상승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공급 확대 여부와 대출 기준, 금리 방향이 향후 시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재개발·재건축 규제 강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 인허가 절차 지연 등이 누적되면서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파트는 착공부터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가을 이사철이라는 계절적 성수기까지 겹치면서 전세 시장의 혼란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전세를 구해야 하는 임차인들에게는 탐색 범위를 수도권 외곽으로 확대하거나 반전세, 월세 등 다양한 주거 형태를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