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는다더니 “이러다 길거리로 나앉는다”… 서울 부동산에 무슨 일이

상위 20% 아파트 14억 돌파
고가·재건축 중심 신고가 행진
공급 부족에 대출규제만으론 역부족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다세대주택은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똘똘한 한 채’ 선호에 고가 아파트 더 오른다

KB부동산이 발표한 8월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 상위 20%(5분위) 평균가격은 14억 114만 원으로 지난 3월 13억 원을 돌파한 지 5개월 만에 14억 원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 2224만 원으로 한 달 새 1652만 원(1.2%) 상승했다.

강남3구에서는 고가·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압구정 현대1·2차 전용 196㎡는 지난달 127억 원에 거래돼 한 달 새 6억 원이나 올랐다.

이러한 상승세로 상위 20%와 하위 20% 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12.1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또 경신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주택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수치로, 이 값이 클수록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 지속 상승에 투자 수요 연립·다세대로 확산

아파트의 지속적인 상승세 영향으로 투자 수요가 빌라 등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부동산플래닛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매매 거래량은 9175건으로 전 분기 대비 33.7% 증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가격 차이가 커지자 다세대주택의 가격 매력도가 부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용산구(128%), 동작구(82.6%), 강남구(81.1%)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 거래량이 특히 크게 늘었다.

연립·다세대 가격 상승과 함께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7.7%로, 전년보다 5.4%포인트 증가했다.

월세 증가로 대학가 인근에서는 고시원 방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며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대출 규제 효과 제한적… 공급 대책 시급

서울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 정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27일 대출 규제 이후 거래량은 급감했으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대출 규제의 효과는 3~6개월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대책 직후 98.0으로 ‘하락 전망’이었다가 한 달 만에 102.6으로 ‘상승 전망’으로 돌아섰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 부족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대비 38.7% 감소할 전망이다.

비아파트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1~6월 서울 다세대주택 인허가 물량은 7011가구로, 2022년 같은 기간(3만 834가구)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구체적인 공급 정책이 집값 안정화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급 부족 상황에서 대출 규제만으로는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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