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돼”…이병철 선대 회장 철칙 딛고 커진 노조 역사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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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역사
삼성전자 노조 역사 / 출처 : 연합뉴스, 뉴스1

한때 삼성전자에서 노동조합은 금기어에 가까웠다. 창업주 시절부터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굳건한 ‘무노조 경영’은 단순한 기조를 넘어 그룹의 정체성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금기가 깨진 지 불과 6년여 만에 삼성전자에는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과반노조가 등장했다. 과거 회사의 탄압을 받던 노조는 이제 사상 초유의 파업을 이끌며 회사의 임금 체계와 경영 리스크를 흔드는 막강한 권력으로 떠올랐다.

금기의 붕괴와 폭발적 압축 성장

삼성 노사관계의 견고한 벽에 첫 균열이 간 것은 본사가 아닌 서비스 현장이었다. 2018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의 직접고용 합의는 무노조 기조의 한계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2019년 11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공식 출범하며 50년 무노조 경영이 실질적으로 깨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 노조 역사
삼성전자 노조 역사 / 출처 : 조선일보

결정타는 2020년 5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노조 와해 의혹 등을 사과하며 “무노조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순간이었다.

2021년 창사 52년 만에 체결된 첫 단체협약은 노조가 상징적 존재를 넘어 제도권 파트너로 진입했음을 알렸다. 그리고 2024년 2월, 삼성그룹 내 4개 계열사 노조가 연대한 ‘초기업노조’가 출범하면서 조직은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2026년 기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조합원 7만 5,000명 수준으로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노조 활동을 억압하며 회사가 강요했던 침묵이, 오히려 거대 노조의 탄생을 부추긴 반작용의 역사가 된 셈이다.

이러한 급성장의 이면에는 이념 투쟁이 아닌 철저한 ‘보상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역사
삼성전자 노조 역사 / 출처 : 뉴스1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 속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의 체감 연봉 격차가 벌어지자, 성과급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구성원들의 불만이 노조 가입의 거대한 불씨로 작용한 것이다.

피해자에서 권력으로, 시험대에 오른 노조

그러나 무노조 경영의 피해자 프레임을 벗고 과반노조라는 거대 권력이 된 순간, 이들은 또 다른 내외부의 시험대에 서게 됐다.

2024년 여름, 전삼노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하며 수십 년 이어져 온 노사 평화의 금기를 깨버렸다. 최근 들어서는, 45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 성과급을 요구하며 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표성과 책임의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약 80%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소속이다.

삼성전자 노조 역사
삼성전자 노조 역사 / 출처 : 뉴시스

사측을 향한 노조의 압박이 철저히 DS 부문의 성과급 요구에만 치우치자, 디바이스경험(DX) 등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들러리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결국 조합비 기습 인상 논란까지 겹치며 DX 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하루 1,000건이 넘는 대규모 노조 탈퇴 러시가 빚어지는 역풍을 맞았다.

삼성 노조의 역사는 무노조 경영의 틀을 부수고 정당한 목소리를 되찾은 성공담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거대한 권력을 쥔 현재, 조직 내부의 소수 의견을 포용하지 못하고 ‘특정 부문만의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은 뼈아프다.

회사를 향해 무조건적인 요구를 쏟아내기에 앞서, 과반을 대표하는 노조로서 진정한 연대와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에 대한 무거운 과제가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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