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공군이 최첨단 전투기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조종석에 앉을 베테랑 인력들은 군을 떠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26년 3월까지 공군 숙련 조종사 896명이 자발적으로 전역해 민간 항공사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탈자의 대다수인 730명이 국방 안보의 최전선에 서야 할 전투기 조종사라는 점에서, 사람을 뽑는 문제를 넘어 지켜내지 못하는 군 내부의 심각한 구조적 한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애국심으로 채울 수 없는 압도적 연봉 격차
공군 숙련 조종사들이 민항사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좁힐 수 없는 처우 격차에 있다. 공군 조종사는 계급과 비행 수당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숙련급에 도달해도 대체로 연봉 1억 원 안팎에 머무는 수준이다.

반면 이들이 군복을 벗고 국내 대형항공사로 자리를 옮기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역 직후 기종 전환 훈련 등을 거쳐 부기장으로 시작할 때는 8천만 원에서 1억 원대로 시작해 공군 시절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기장으로 승격한 이후에는 경력과 운항 기종에 따라 1억 5천만 원에서 많게는 3억 원대 연봉을 거머쥘 수 있다.
고경력 장거리 대형기 기장의 경우 그 이상도 가능한 구조다. 결과적으로 민항사 기장으로 안착하면 군 복무 시절보다 연봉이 최소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크게 벌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연봉 격차는 공군 입장에서 뼈아픈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최신 보도에 따르면 공군이 숙련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F-35A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61억 7천만 원에 달한다.

F-15K는 26억 7천만 원, KF-16은 18억 4천만 원, FA-50은 14억 8천만 원이 투입된다.
국가가 수십억 원의 혈세를 들여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를 키워놓으면, 정작 민항사가 자본력을 앞세워 더 높은 연봉으로 손쉽게 데려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빈 조종석이 부를 공군의 전력 공백
베테랑 조종사의 유출은 단순한 인력 부족을 넘어 군의 실질적인 작전 수행 능력을 크게 갉아먹는다. 현재 한국 공군은 국산 차세대 전투기인 KF-21의 본격적인 전력화를 앞두고 있으며, 기존 F-35A의 추가 도입도 진행 중이다.

첨단 무기 체계의 몸집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하고 전술을 펼칠 핵심 인력의 유출을 막지 못한다면 서류상의 전투력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막대한 국방 예산을 쏟아부어 최신형 전투기 편대를 늘리더라도, 결국 조종할 사람이 없으면 하늘의 방패는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 된다.
전투기 한 대를 도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조종사를 붙잡는 일이다. 장비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 정작 이를 움직이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주저한다면 공군의 민항사 이탈 행렬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