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성 21% 급감…외환위기 후 최악 기록
허가·착공·수주 모두 줄며 침체 장기화 우려
중소·지방업체 타격 커…정밀한 정책 대응 필요

올해 1분기 국내 건설 경기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하며 업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민간과 공공, 건축과 토목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지표가 일제히 고꾸라지면서 시장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단기 실적 악화를 넘어 미래 먹거리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마저 부진의 늪에 빠져, 당분간 본격적인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건설기성 21% 급감…26년 만의 최악 성적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기성액은 약 26조 8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급감했다. 분기별 건설기성액이 20% 이상 뒷걸음질 친 것은 외환위기 사태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단기간에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지표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번 수치는 건설 시장이 마주한 위기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현재의 실적 부진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래 건설 경기를 예측하는 주요 선행 지표들 역시 일제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1~4월 누계 기준 건축 허가 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21.4%, 착공 면적은 22.5% 줄었다. 같은 기간 건설 수주액도 4.3% 감소하며 일감 부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건설투자 전망도 암울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11.3% 감소하고, 연간으로도 6.1%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 역시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으로, 실물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공공마저 뒷걸음질…일감 절벽 현실화논리적
상황이 이렇자 시장의 시선은 정부의 대응에 쏠리고 있다. 당초 정부는 재정 조기 집행 등을 통해 공공 부문이 민간의 침체를 일부 상쇄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공공 부문마저 실적이 후퇴하면서 건설업계의 ‘일감 보릿고개’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자금력과 사업 기반이 취약한 지방·중소 건설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들에게 실질적인 물량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의 하락세는 단순한 단기 조정이 아니다. 수요 부족, 투자 위축, 현장 감소라는 ‘삼중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장의 기초 체력을 빠르게 소진시키고 있다.
향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가파른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더 늦기 전에 건설 시장 연착륙을 위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대응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