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7천명 피해…신뢰 무너진 전세시장
기업 운영 코리빙, 대안 주거로 급부상

“월세가 조금 높지만 사기 걱정은 없어서 안심이에요“
전세 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코리빙 하우스가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증금을 날릴 위험이 없는 월세 방식에 기업이 운영하는 안정성까지 더해지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몰리고 있다.
“보증금 돌려받는 게 더 어렵다”…전세 사기 공포에 코리빙 찾는 청년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19일 기준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인원은 2만7천372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2만4천668명에서 두 달 새 약 2천700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였다. 30대가 1만3천350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도 7천명 이상에 달했다.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들이 집중 타격을 입은 셈이다. 피해 금액도 적지 않다.
피해자 10명 중 8명은 2억원 이하의 피해를 보았으며, 특히 1억원 이하와 1억~2억원 구간이 전체 피해의 84%를 차지했다.
피해 유형은 주로 다세대(30.5%), 오피스텔(20.9%), 다가구(17.9%) 주택에 집중됐다. 아파트가 아닌 비정형 주택에서 피해가 집중되며, “빌라 전세=위험”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젠 전세 대신 코리빙”…위험 대신 안정 택한 청년층

전세 불신이 커지자 새로운 주거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코리빙(Co-living) 하우스다.
알스퀘어가 최근 발표한 ‘2025 서울시 코리빙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코리빙 하우스 누적 공급량은 7천371가구로 전년보다 16.6% 증가했다.
코리빙 하우스는 개인 방과 화장실은 따로 쓰고, 라운지·주방 등은 함께 사용하는 주거 공간이다. 월세 90만~100만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보증금 걱정이 없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 사기 우려가 계속되면서 빌라보다 기업이 운영하는 코리빙 하우스 선호도가 높다”며 “계약 해지 시 새 임차인을 구할 필요 없고,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공급도 급증…국내외 기업 뛰어든 코리빙 시장

코리빙 하우스 공급은 2016년 1천557가구에서 지난해 7천371가구로 373% 넘게 증가했다. 임대 계약 건수도 659건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SK D&D의 ‘에피소드’, KT 에스테이트의 ‘리마크빌’ 등 국내 대기업 계열 브랜드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홍콩계 위브리빙, 싱가포르계 코브 같은 해외 기업까지 속속 진출하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별로는 강남·서초 지역 코리빙 중위 임대료가 144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성동구(125만원), 마포구(98만원)가 뒤를 이었다.
최규정 알스퀘어 선임연구원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대학가, 업무지구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반려동물 친화 서비스, 커뮤니티 강화 등으로 차별화에 나서는 기업들도 많다”고 전했다.
“전세는 리스크, 코리빙은 안전”…주거 선택 기준 바뀐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되더라도 보증금 반환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정부 지원도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런 현실 속에서 코리빙은 ‘불확실한 전세보다 확실한 월세’라는 인식을 만든 대안 주거로 자리 잡고 있다.
보고서는 “코리빙 시장의 성장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인 수요 변화”라며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과 맞물려 코리빙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세 사기로 주거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틈을 파고든 새로운 주거 방식이 계속해서 분위기를 이어 나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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