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속만 믿었는데”, “20년째 제자리걸음”…주민들 ‘피눈물’, 대체 왜?

층간소음 갈등, 조정은 번번이 실패
현장까지 나가는 불만…참기 어려워졌다
20년 된 바닥 기준, 이젠 뜯어고칠 때
아파트 충간소음 갈등
출처: 연합뉴스

“그냥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요.”

층간소음 문제로 2년째 고통받고 있다는 직장인 김모(39) 씨는 기사를 읽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윗집 아이 뛰는 소리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부지기수지만, 관리사무소에 얘기해도 해결은커녕 오히려 더 눈치를 보게 됐다고 한다.

김 씨는 “현장 소음 측정을 신청해봤지만 결과도 흐지부지됐고, 민사 소송은 비용과 시간이 부담돼 엄두도 안 난다”며 “이제는 그냥 포기하고 이사 가는 것만이 해답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70일 기다리는 조정 절차…폭발 직전 갈등은 누가 막나

최근 층간소음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 폭행이나 살인 같은 강력 사건으로 번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파트 충간소음 갈등
출처: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환경공단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3만 3천여 건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줄었지만, 오히려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 상담과 소음 측정은 더 늘었다.

이제 전화로 해결하려는 사람은 줄어들고, 직접 나서서 확인하고 따지려는 상황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갈등을 풀어줄 제도는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분쟁조정위원회에 지난 5년간 접수된 사건 198건 가운데 조정이 실제로 성립된 건 고작 40건뿐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조정까지 평균 70일이 걸리고, 이마저도 당사자 모두 동의해야만 법적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많은데, 이 같은 구조로는 해결이 쉽게 될 리가 없다.

법도 제도도 먼 이야기…층간소음은 사각지대

아파트 충간소음 갈등
출처: 연합뉴스

한편, 정부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아파트 시공 기준을 강화하고, 기준 미달 시 준공 승인을 불허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말만 무성했을 뿐, 실행은 시작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바닥 충격음을 줄이기 위한 매트 설치나 바닥 공사에 대해 대출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었지만 실적이 저조했고, 올해 결국 폐지 수순까지 들어갔다. 제도가 있어도 사람들이 몰라서 못 쓰거나, 쓰기 복잡해서 외면한 셈이다.

법적 대응도 현실적 장벽이 크다. 형사처벌 사례는 거의 없고, 민사소송은 1년 이상 걸릴 뿐 아니라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고생 끝에 이겨도 몇 백만 원 보상받는 게 전부다.

결국 피해자 입장에서는 법적 해결 자체가 큰 부담이 된다. 이러니 이웃끼리의 갈등은 쌓여가고, 해결책은 체감되지 않는다.

20년째 제자리…층간소음, ‘기준’부터 바꿔야 산다

아파트 충간소음 갈등
봉천동 아파트 방화 사건 현장 / 출처: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문제 해결의 핵심은 ‘시공’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아파트 바닥 슬래브(콘크리트) 두께 기준은 20년 넘게 그대로 유지 중이다.

전문가는 이 기준보다 두께를 더 두껍게 하고, 층간소음 허용 기준인 49 데시벨도 더욱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준을 강화해야 시공사들도 기술을 개발하고 품질을 높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한편, 피해자 권리 보호를 위한 법 제정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피해자가 직접 전문가에게 소음 측정을 의뢰하고, 가해자가 관리주체의 조치에 협조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법안을 제안하고 있다. 조정 차원을 넘어 이제는 실질적인 제재와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충간소음 갈등
봉천동 아파트 방화 사건 현장 / 출처: 연합뉴스

층간소음은 어느새 이웃 간 다툼 수준을 넘어, 일상의 평온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로 자리잡았다. 제도와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갈등은 계속되고 피해자만 지쳐가고 있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어떤 대책이 마련될지, 그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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