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기밀의 출처가 노출될 위험이 생기면 언제든 정보망을 닫을 수 있다.” 한국 통일부 장관이 북한 구성 지역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언급한 뒤 한미 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장관의 발언 직후 미국 측이 불쾌감을 표시하며 관련 정보공유를 제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굳건하다던 한미 정보공유 체계의 민감한 이면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정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변과 강선 넘어 ‘구성’까지… 북핵 비밀지도의 파장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북한의 세 번째 우라늄 농축 시설로 지목된 평안북도 ‘구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한미 정보 당국은 수십 년간 북핵 감시를 위해 막대한 자산을 투입해 왔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크게 세 곳으로 나뉘어 관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사회에 널리 공개되어 감시의 표적이 된 평안북도 영변이 그 첫 번째다.

이후 2018년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그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 평양 인근 강선 시설이 두 번째 핵심 축으로 꼽힌다. 반면 세 번째 시설인 구성 지역은 그간 철저히 장막에 가려져 있던 1급 기밀의 영역이었다.
강선이 공개됐을 때도 북핵 커뮤니티가 크게 흔들렸지만, 구성 시설의 위치와 현황은 한미 당국이 대북 휴민트(인적 정보)와 시긴트(신호 정보)를 총동원해 조심스럽게 추적해 온 내밀한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고위 인사의 입을 통해 구성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자, 미국 정보 당국은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위급의 공개적인 발언 하나가 첩보 수집의 ‘출처와 방법’을 북한에 그대로 알려주는 치명적인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관 한마디에 흔들린 한미 정보공유… 韓 대북 감시망 위협
통일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 항의를 받거나 정보공유가 제한된 바 없음을 확인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보 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해프닝이 한국 안보에 미칠 잠재적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고위 당국자의 기밀 언급이 일상화될 경우, 동맹국인 미국조차 한국으로 흘러가는 특급 정보의 밸브를 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은 그간 북핵 동향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 등 핵심 정보를 실시간으로 한국에 제공해 왔다. 만약 미국이 출처 보호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정보 제공 수준을 한 단계 낮추거나 시차를 두고 전달하게 된다면, 한국군의 독자적인 대북 조기경보 역량은 순식간에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정보가 곧 생존과 직결되는 현대전의 특성상, 정보 차단은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한반도 방위 태세 전반에 치명적인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북핵의 위협 그 자체보다, 그 정보를 다루고 보안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엇박자가 더 큰 리스크로 떠오른 셈이다. 한미 간 촘촘한 정보 동맹을 자랑해 온 한국 정부로서는 기밀 관리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