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성비와 빠른 납기로 승부하면 K-방산을 이길 자가 없다는 공식이 깨졌다.” 호주의 초대형 해군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일본에 고배를 마셨다.
호주 정부가 차기 호위함 사업의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하며 약 100억 호주달러(약 9조 5,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전후 무기 수출 금기 국가였던 일본이 단숨에 아시아·태평양 방산 시장의 거인으로 부상하면서, 순항하던 K-방산에도 거센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K-함정 제친 ‘모가미급 호위함’… 금기 깬 일본의 10조 잭팟
이번 수주전은 호주 해군이 노후화된 안작(Anzac)급 호위함을 대체하기 위해 추진한 범용 호위함 11척 도입 사업, 이른바 ‘SEA 300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한국의 방산 기업들 역시 대구급과 충남급 호위함을 앞세워 유력한 후보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호주의 최종 선택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개량형 모가미급 호위함이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전체 11척 중 선도함 3척은 일본 내 조선소에서 직접 건조해 호주로 인도되며, 나머지 물량에 대한 기술 이전과 현지 건조가 뒤따를 예정이다.
이로써 일본은 2014년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제정하며 무기 수출의 족쇄를 풀기 시작한 이래 가장 상징적이고 거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잠수함, 레이더 등 일부 장비 수출을 타진하던 수준을 넘어, 해군력의 핵심인 70억 달러짜리 완성형 대형 군함을 수출하게 된 것이다. 평화헌법 체제 아래 방산 수출을 꺼리던 일본의 오랜 선이 완벽하게 지워지는 순간이다.
스펙 넘어선 지정학적 외교… K-방산 ‘나 홀로 독주’ 끝났다
방산업계와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으로 단순한 함정의 스펙뿐만 아니라 ‘동맹의 끈끈함’을 꼽고 있다.

일본 모가미급 호위함 자체의 기술적 강점도 작용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호주 해군 입장에서, 자동화 기술을 대거 적용해 기존 호위함의 절반 수준인 90여 명의 소수 승조원만으로도 운용이 가능한 모가미급의 특성은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반면 무장 탑재량이나 납기 대응력 측면에서는 한국 함정들이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호주가 일본의 손을 들어준 배경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전략적 연대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는 중국의 해양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Quad)를 비롯한 강력한 3국 안보 체제를 구축해 왔다.

유사시 무기 체계의 호환성과 군사 정보망의 완벽한 연동을 고려할 때, 호주 정치권과 군 수뇌부가 전략적 밀착도가 높은 일본과의 방위 산업 일체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수주전 양상의 변화는 한국 방위산업에 무거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개별 무기를 파는 전통적 세일즈 방식만으로는, 최상위 안보 동맹을 내세우는 거대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일본이 본격적으로 방산 빗장을 풀고 수출 전선에 합류함에 따라, K-방산 역시 단순한 무기 공급자를 넘어 구매국과 지정학적 이익을 공유하는 안보 파트너로 진화해야 한다는 뼈아픈 재검토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잘하는 놈이 우리편이다.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