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기업 포기하고 한국기업 전환
신세계그룹과 합작법인 준비
이커머스 판도 바뀌나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핵심 자회사였던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가 올해 3월 조용히 외국인투자기업 지위를 포기하고 순수 한국 기업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외국계 혜택을 모두 버리면서까지 한국 기업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본사 통제에서 벗어난 독립 경영
21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는 외국인투자기업 등록을 말소하고 폐업 신고를 마친 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유한회사’라는 이름으로 한국 기업 신고를 완료했다. 정식 한국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은 공식 한국 기업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알리바바그룹 본사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이다. 기존에는 싱가포르에 설립된 ‘알리바바닷컴 싱가포르 e커머스 비공개 유한회사’가 운영 주체였다. 재무·세무 등 핵심 업무를 알리바바그룹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가 모든 거래와 결제, 재무 처리, 세금 납부 등을 자체적으로 처리하게 된 것이다. 알리바바그룹의 업무적 지배를 받지 않는 완전 독립 법인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대표이사로는 레이장(장루이)과 휴이왓신신디가 등재됐다. 해당 법인은 한국 내 판매자들에게 보다 현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 판매자와 소비자 간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어 통신판매업 신고도 완료한 상태다.
신세계와 손잡기 위한 수순
외국인투자기업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법인세, 소득세 등 세금 면제와 비자 발급 우대 조치 등 상당한 혜택을 받는다. 한국 기업이 되면 이런 혜택을 모두 포기하고 경영 공시 등 법적 의무를 져야 한다.
그럼에도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가 이런 파격적 결정을 내린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신세계그룹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그룹 글로벌 법인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디지털커머스(AIDC)와 합작법인 ‘그래드오푸스홀딩’을 세우고, 이마트 계열사인 G마켓과 AIDC 산하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를 자회사로 편입시킬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AIDC는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지분과 현금 3000억 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합 후 보유 지분은 5대5로 동일하게 책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합작법인 설립 후에도 기존처럼 알리바바그룹 본사가 재무, 세무 등 업무를 직접 관리한다면 투자 자금 융통이나 세금 납부 등이 투명하고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알리익스프레스가 독립적인 한국 기업으로서 제반 업무를 이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이커머스 지각변동 예고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의 이번 변화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몰고 올 전망이다. 우선 외국계 특혜를 포기하고 한국 기업이 됨에 따라 쿠팡, 네이버 등 주요 경쟁사들과 동등한 법적·세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된다.
이는 시장 내 공정경쟁 질서를 강화하고 자금 흐름 및 세금 납부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동시에 사업 운영의 현지화로 고객 응대, 결제, 배송 등에서 한국 이용자 친화적 서비스가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글로벌 자본과 네트워크, 초저가 공세를 펼치는 사업자가 한국 기업의 외피를 두르고 본격 진출하는 만큼, 중소상공인이나 영세 판매처의 원가·가격 경쟁 압박은 더욱 심화될 우려도 있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의 독주 체제와 함께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세계 등 한국 대형 유통기업과의 제휴를 본격화할 경우 최저가 경쟁, 플랫폼 다양화, 물류 혁신 등 시장 재편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