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수역에든 진출해 적국들의 침략을 주동적으로 견제하고 선제 또는 최후의 보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건설하자는 우리의 해양전략에는 더 해석이 필요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신형 구축함 진수식에서 한 이 발언은 북한의 해군력 강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북한은 육상 기반 핵·미사일 능력에 만족하지 않고 이제 바다에서도 핵 공격이 가능한 플랫폼을 갖추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압도적 규모의 신형 구축함 등장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5일 김정은 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일에 맞춰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5천톤급 신형 다목적 공격형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했다고 26일 보도했다.

기존 북한의 해군 함정 중 가장 큰 배수량은 압록급 호위함으로 1천500톤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구축함은 배수량이 기존의 3배 이상으로, 북한 해군 역사상 가장 큰 수상함이다.

군사전문가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북한이 공개한 신형 구축함은 수직발사대 구역을 3곳에 배치했고,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북한판 이지스레이더와 함께 신형 함포, 근접 방어 시스템까지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순항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십 기의 수직발사기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핵잠수함까지 건조 중인 북한

더 충격적인 것은 북한이 핵잠수함도 건조 중이라는 사실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8일 김 위원장이 “당 제8차 대회 결정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실태도 현지에서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건조 중인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 잠수함의 배수량이 약 5천~6천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과 달리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면 은밀한 핵 타격 능력까지 보유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진수식 연설에서 “내년도에도 이런 급의 전투 함선들을 건조할 것이며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더 큰 순양함과 각이한 호위함들도 건조할 계획”이라며 “원양작전함대를 이제는 우리가 건설하자”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단순히 수상함 몇 척을 건조하는 차원을 넘어 대양해군을 지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까지는 한국의 해군력이 북한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전투함정은 420여 척으로 한국 해군(90여 척)보다 많지만, 대부분 노후한 수백 톤급 소형 함정들이다.

반면 한국 해군은 세종대왕함급(7천600톤) 3척과 정조대왕함(8천200톤) 1척 등 이지스함 4척을 포함해 구축함 12척, 대구급(3천100톤급)을 포함한 호위함 17척 등 첨단 함정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보여주는 해군력 강화 행보는 단순히 한국 해군에 대항하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용원 의원은 “북한의 해군력 강화는 핵·미사일 전력 완성 후 뒤처진 재래식 전력 증강을 하는 과정이며, 특히 육상뿐 아니라 해상에서도 핵 공격이 가능한 플랫폼을 갖추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육상 발사에 비해 요격이 훨씬 어렵다는 전술적 이점이 있다. 북한은 이를 통해 해상 기반 전술핵 공격 능력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5천톤급 구축함 진수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군의 함정 건조 동향에 대해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자체 건조한 가장 큰 함정이나, 운용 방법 등을 숙달하고 훈련도 해야 하므로 전력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글로벌 파이어파워(GFP)의 군사력 평가에서 한국은 세계 5위로 평가받았다. 2013년 9위에서 2014년 7위, 2020년부터 2023년까지 6위를 유지하다가 2024년에는 5위로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한국이 영국, 프랑스, 일본보다 군사력이 앞서는 게 말이 되느냐”, “핵무기가 있다는 북한이 34위인데 그러면 우리가 군사력으로 압도적인 거냐?”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경제력과 인구, 무기, 방산 등 종합 국력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핵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만 보면 세계 5위권까지 상향 평가가 가능하지만, 핵무기를 포함할 경우 북한이 오히려 더 위협적일 수 있다.

GFP의 평가는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 순위이며, 정식 국가기관이나 통계기관의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에서도 과거 군사력 순위를 공개한 적이 있으나 2007년 이후 중단했으며, 다른 국가기관들도 공식적인 군사력 순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최근 행보는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도전이다. 육상뿐 아니라 해상에서도 핵 공격 능력을 갖추려는 북한의 시도가 실제로 성공할 경우, 한국의 군사적 우위는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당장은 전력화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지만, 북한의 해군력 강화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