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아파트 정전 사태 속출
30년 초과 노후 주택 비율 매년 증가
변압기 용량 부족과 설비 노후화가 주된 원인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예고 없는 정전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오늘 밤 정전이 벌어질 수 있으니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긴급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보내는 비상 상황까지 벌어졌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노후 전기 설비의 한계가 맞물리며 도심 곳곳에서 정전 ‘블랙아웃’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 곳곳 노후 아파트 정전 속출

전국에서 폭염 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파트 정전이 곳곳에서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7일 밤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대형 아파트 단지 전체가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혼란에 빠졌다.
약 1,400여 세대가 거주하는 이 단지는 변압기 고장으로 새벽까지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주민들은 한여름 밤 냉방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 채 무더위와 싸워야 했다.
충북 지역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31도가 넘는 열대야 속에서 청주시 서원구의 아파트 4개 동이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암흑 속에 빠졌다.

400여 가구가 두 시간 넘게 전기 없이 지내야 했으며, 노약자들은 특히 큰 고통을 호소했다.
노후 아파트 변압기 용량 부족이 주범
이처럼 잇따르는 정전 사태의 주된 원인은 아파트 변압기 용량 초과와 자체 설비 노후화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노후 아파트의 경우 전기설비 노후화와 변압기 용량 부족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적기에 관련 시설을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압기는 변전소에서 받은 고압 전기를 가정에서 사용 가능한 저압 전기로 변환하는 장치다.
현행 법령에서는 주택에 설치하는 전기시설 용량을 세대별 3kW로 정하고 있으나, 현재 세대당 평균 전력 사용량은 4kW에 달한다.
특히 1991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변압기 용량이 1kW대에 불과한 곳이 많아 에어컨 사용이 집중되는 시간대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급 전력 소비, 태양광이 위기 막아

노후 아파트의 정전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폭염이 이어지면서 국내 전력 수요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에는 전력 총수요가 100GW까지 치솟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최대전력은 85GW로 지난해 7월보다 5.6% 늘어 1993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가정용 에어컨 약 8500만 대가 동시에 작동하는 수준에 해당한다. 다행히 태양광 발전이 이러한 전력 위기를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8일 오후 2시 35분 기준 태양광 발전량은 21.9GW로 전체 총수요의 21.9%를 충당했다. 이는 같은 시간대 20.3GW를 기록한 원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력 총수요가 100GW에 도달한 당일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에도 공급 예비력은 18~20GW를 유지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기 정비일정 최적화 등으로 충분한 전력 공급능력을 확보해 최대전력수요가 상한치인 97.8GW까지 높아지더라도 예비력은 8.8GW로 전력당국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폭우나 태풍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 8.7GW의 비상자원도 별도로 준비해 두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폭염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변압기 용량 증설과 전기 설비 현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노후 주택 전기 설비 개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