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봄, 남자의 본능이었다
과거 무심했던 아버지들, 노년에 관계 단절로 고통
최신 연구, 남성도 육아 호르몬 변화 증명

“돌보는 것은 여자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이건 내 본능마저 거스른 일이었네요.” 정년퇴직 후 혼자 사는 김모(68) 씨의 한숨에 묻어나는 후회가 뼈아프다.
젊은 시절 일에만 매달려 두 자녀의 성장기를 놓친 그는 이제 명절에도 자녀들을 만나기 힘들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이런 김 씨의 상황이 단순한 개인사가 아닌, 생물학적 본능을 외면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성도 아이 돌볼 때 ‘옥시토신’ 급증한다
산업화 시대를 거친 우리나라에서 아빠는 ‘바깥일’, 엄마는 ‘집안일’이라는 이분법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이제 젊은 아빠들은 기저귀를 갈고, 이유식을 만들며, 아이를 안고 재우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정부도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2022년 6.8%에서 2027년 50%, 2030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문화적 트렌드가 아닌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세라 블래퍼 허디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교수는 신간 ‘아버지의 시간’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전 세계 5,400종의 포유류 중 수컷이 새끼를 돌보는 경우는 5%에 불과하지만, 인간 남성은 아이를 돌볼 때 신체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1982년 영국 동물학자들은 마모셋이라는 원숭이의 수컷이 새끼를 돌볼 때 양육 호르몬인 프로락틴이 5배나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인간 남성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들은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애착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옥시토신이 크게 증가했다.
이스라엘 과학자 루스 팰드먼의 연구에 따르면, 아기 출생 6개월 내 아버지의 평균 옥시토신 수치는 어머니와 거의 비슷했다. 임신이나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남성에게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은 매우 특이하다.
특히 아버지는 아이와 활발한 놀이를 할 때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졌고, 이때 아기의 옥시토신도 함께 올라가는 상호작용이 관찰됐다.
노년기 외로움, 젊은 시절 돌봄 결정한다
한편, 자녀를 돌보지 않은 아버지들이 노년에 겪는 어려움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자녀들은 성인이 된 후 부모와의 관계를 멀리하거나 노후 돌봄을 거부하는 경향이 높았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학대나 방치와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제공했다면, 그 자녀들은 부모의 노년기에 ‘의무적 효도’에만 그치거나 아예 관계를 단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가족 내 신뢰와 애정의 부재로 이어져 노년기 부모의, 심리적·신체적 고립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년에 접어든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해도, 이미 상처받은 자녀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외로움, 우울, 무력감에 시달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족 관계의 단절은 노인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쳐 신체적·정신적 질병에 더 취약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호모 사피엔스의 숨겨진 육아 본능
허디 교수는 “돌봄 반응이 어머니만의 전유물이라는 관념은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다양한 인류학적 증거를 들어 남성의 몸과 마음 안에는 이미 양육 본능이 내재해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남성 안에는 오래전 수컷들에게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남성들은 생계를 책임지거나 가부장이 되기 이전에 돌보는 사람이었고, 돌보는 사람이 되기 이전에 보호하는 존재였다”라고 교수는 설명했다.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협력 양육은 필수적이었으며, 아이를 함께 키우는 문화는 단순한 사회적 관습이 아닌 신경학적·내분비학적으로도 오래전에 진화한 ‘본성’이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육아에 참여할 때 그의 뇌에서는 계획 능력과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서 ‘파파걸’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아버지와 딸의 유대관계가 강해지는 현상도 이런 생물학적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마마걸’이 주류였던 것과는 분명한 변화다.
결국 아이 돌봄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단순한 ‘도움’이 아닌 본능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만 여겼던 기존 인식의 변화와 함께, 아이 돌봄에 소홀했던 많은 아버지들에게 깊은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애새키가 있어야 돌보든지 쇠를 보든지 하지
아버지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위해 동분서주했다 시다가변해서 아버지가 찬밥신세가 되였다니~ 후회스럽고 한심하다다.~!!!
맞는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