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완성차 업계를 대표하는 제너럴모터스(GM)가 자국 내 전기차(EV) 공장 가동을 또다시 중단하며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단순한 단기 생산 조정을 넘어, 한때 ‘전기차 올인’을 외치던 미국 시장의 전환 전략이 철저하게 시장 수요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재편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GM은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팩토리 제로(Factory ZERO)의 가동 중단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해당 공장에서 근무하던 약 1300명의 직원이 일시 해고(레이오프) 통보를 받았다. 쉐보레 실버라도 EV와 허머 EV 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이미 지난 1월에도 생산량을 절반가량 줄인 바 있다.

이번 결정은 개별 공장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전기차 시장 전반의 침체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금리 부담과 보조금 혜택 축소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GM은 EV 관련 손상차손을 대규모로 반영하는 동시에 수익성이 확실한 내연기관 대형 트럭의 생산 비중은 오히려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실상 전동화 전략의 무게 중심이 뒤로 물러난 셈이다.
K-배터리도 직격탄…증설 대신 ‘캐파 재배치’ 돌입
가장 큰 문제는 완성차 업체의 이러한 속도 조절이 밸류체인 밑단에 있는 한국 배터리 및 부품사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단순히 생산 물량이 줄어드는 차원을 넘어, 당초 계획했던 대규모 투자와 생산 라인의 용도 자체가 뒤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GM과 합작사(얼티엄셀즈)를 운영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테네시 배터리 공장의 용도를 EV용이 아닌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자 남는 생산 능력(캐파)을 다른 살길로 급히 돌린 것이다.
삼성SDI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GM과 인디애나주에 짓기로 한 합작 배터리 공장 역시, 완성차의 EV 생산 축소 흐름에 따라 램프업(생산량 확대) 속도나 투자금 회수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보수적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GM vs 현대차·기아…승패 가른 ‘하이브리드 유연성’
이처럼 북미 전동화 시장이 혹한기를 맞은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포트폴리오 유연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EV 라인업에만 사활을 걸었던 GM이 수요 둔화에 직격탄을 맞고 멈춰선 반면,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든든한 완충재로 삼아 위기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애초부터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보다는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파생 모델을 병행 판매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을 구사해왔다.
실제로 현대차는 1분기 친환경차 판매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이 크게 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시장의 변동성에 강한 내성을 증명했다.
결국 전기차 전환 경쟁은 누가 더 빨리 달리느냐의 속도전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춰 얼마나 유연하게 속도를 제어하며 수익을 방어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GM의 셧다운 사태는 시장을 앞서간 과잉 투자의 위험성과 포트폴리오 유연성의 중요성을 동시에 일깨우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