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안 쓰는 사람이 없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로?”… 뜻밖의 결과에 ‘시선 집중’

취준생 91%, AI 자소서 작성 경험
기업들 자소서 AI 표절률 확인 강화
“불이익 우려” vs “보조 활용은 긍정적”

취업 시장에서 구직자와 기업 간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구직자들이 AI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기업들은 이를 감지하기 위한 표절 검사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쪽에선 “시대에 맞는 능력”이라 옹호하고, 다른 쪽에선 “부적절한 행위”라며 제재하는 상황에서 취준생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AI로 쓴 자소서, 들통나면 불합격”… 기업들 검증 강화

올해 하반기 공채 시즌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AI 활용 자기소개서 검증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10대 그룹 계열사와 공기업 14개 기업 중 10곳이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했으며, 그중 9곳은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의 AI 표절률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표절률 확인 기업 대부분은 AI 활용 정도에 따라 감점 처리하거나 심각할 경우 불합격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공기업은 더 나아가 채용공고에 “AI 활용 및 표절 여부 등을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AI 표절검사 프로그램 업체 ‘카피킬러’의 이재희 마케팅팀 프로는 “단순히 어휘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언어 패턴과 통계적 특성을 분석하기 때문에 문장을 일부 수정하는 방법으로 완벽히 회피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접속사를 넣거나 어투를 수정하는 정도로는 표절 검사를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AI 글쓰기도 능력”… 기업마다 다른 평가 기준

흥미롭게도 같은 그룹 내에서도 계열사마다 AI 활용에 대한 입장이 달랐다. 어떤 기업은 “아예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경한 반면, 같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는 “문장 교정 정도는 사용해도 괜찮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진학사 캐치의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2천12명 중 91%가 AI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조사에서는 기업들의 42.2%가 챗GPT 사용이 확인되면 감점을, 23.2%는 불합격 처리하겠다고 응답했다.

A 기업 인사담당자는 “지금 시대에 AI 활용 능력도 중요하기에 문제가 안 된다”면서도 “다른 지원자들 자기소개서와 동일한 내용이 있다면 감점 요소”라고 설명했다.

반면 C 기업 인사담당자는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를 보는 이유는 지원자의 어휘 능력, 논리력, 작문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AI의 도움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지나친 AI 의존은 피하되, 면접 준비에는 활용을”

전문가들은 자기소개서 작성에 AI를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D 기업 인사담당자는 “입사 후 AI를 활용하는 업무 사례가 늘고 있지만 모든 업무를 AI로 대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원자의 고유한 생각은 여전히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강조했다.

반면 면접 준비에 AI를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E 기업 인사담당자는 “AI를 모의 면접관으로 만들어 면접 연습을 하는 건 꽤 의미 있다”며 “향후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기에, 이러한 AI 활용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채용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AI 시대의 취준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균형감각이다. 자신의 역량과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