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려지는 거 자체도 싫고, 혼자만 알고 있고 싶은 거야.” 전 레슬링 국가대표 심권호(53세)가 2월 2일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을 통해 초기 간암 진단 사실을 고백했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이미 2025년 종합검진에서 간 수치 이상을 통보받고도 수개월간 정밀 검진을 회피해왔다는 사실이다. 중장년 남성의 건강관리 사각지대가 한 유명인의 고백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간 초음파 검사에서 간경화 소견과 함께 검은 혹이 발견됐고, CT 촬영 결과 초기 간암으로 확진됐다. 제작진이 대신 알리자 친구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지만, 정작 심권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두려웠다는 거지. 내 입장이라면 누구나 다 두려울 거야”라는 그의 고백은 질병을 홀로 견뎌온 중장년 남성들의 보편적 심리를 보여줬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연예인의 투병 고백을 넘어, 50대 남성들이 직면한 건강관리의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정기검진을 받고도 치료를 회피하는 이면에는 사회적 고립과 심리적 두려움이라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었다.
혼자 견딘 병마, 외로움과 알코올의 악순환
심권호는 방송에서 “혼자 있으면 확 외로움이 와서 술을 마시지만 회복이 잘 안 되고 24시간을 자버린다”며 알코올 의존 증상을 고백했다. 모태솔로인 그는 “애인이라도 있으면 고민을 말할 텐데, 부모님께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고립감을 토로했다.

간 전문의들은 장기간의 알코올 섭취가 간경화와 간암으로 이어지는 주요 경로임을 지적한다. 특히 외로움으로 인한 과음은 신체 회복력을 떨어뜨려 질병 진행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이 비단 심권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혼자 사는 중장년 남성의 경우 건강 이상 징후를 발견해도 이를 나눌 대상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심권호가 “주변의 시선이 벌떼처럼 몰려들까봐 도망쳤다”고 말한 것처럼, 질병 공개에 대한 두려움은 조기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진단 회피에서 치료 결심까지
심권호는 2025년 종합검진에서 간 수치 상승을 통보받았음에도 정밀 검진을 미뤄왔다. TV 프로그램 제작진이 건강검진을 제안했을 때도 처음에는 CT 촬영을 강하게 거부했다.

초기 간암은 조기 발견 시 치료 예후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치료 지연 시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한 공개 고백은 전환점이 됐다. 출연진인 심현섭, 임재욱 등의 지지를 받으며 심권호는 “이제 간암 치료는 꼭 지켜야 할 약속”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96년 올림픽 이후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했다”며 과거 레슬링 선수 시절의 성공 경험을 떠올리며 치료 의지를 다졌다. 실제로 수술을 받은 후 “잘 잡고 왔다. 많은 응원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긍정적인 회복 신호를 전했다.
중장년 남성 건강관리의 사각지대
이번 사건은 50대 남성층의 건강관리 실태에 경종을 울린다. 50대 남성의 건강검진 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1인 가구 중장년 남성의 경우 이상 소견 발견 후에도 추적 검사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중장년 남성들이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도 정밀 검사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심권호의 사례가 정보 취약층, 특히 사회적으로 고립된 중장년 남성들에게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유명인의 질병 공개가 동년배 남성들의 건강 인식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권호의 간암 고백은 개인의 투병 이야기를 넘어, 중장년 남성 건강관리의 구조적 사각지대를 드러낸 사회적 사건이다. 정기검진만큼 중요한 것은 이상 소견 발견 후 즉각적인 추적 관리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지지 체계와 심리적 안전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가 방송을 통해 용기 있는 고백을 한 것처럼, 질병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문화 확산이 중장년층의 건강 수명 연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