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지구 반대편 중동의 포성이 일본 서민들의 오랜 쉼터를 집어삼키고 있다.
이란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국제 유가 급등이 일본의 대중목욕탕 ‘센토(銭湯)’를 직격하며, 수십 년 역사를 간직한 노포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유값 30% 폭등, 연간 570만원 추가 부담
후지산 인근의 노포 목욕탕 ‘후지미유’는 지난 3월 12일을 기점으로 보일러 연료인 중유 가격이 리터당 100엔에서 130엔으로 30% 급등하며 경영 위기에 내몰렸다.
이란 정세 불안의 여파로 연료비 부담이 연간 약 60만 엔(한화 약 570만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업체 사장은 “중유값이 더 오르면 정말 못 버틴다”며 “앞으로 몇 달간은 힘들게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단순한 일회성 비용 상승이 아니라, 매주 가격이 오르는 구조적 압박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는 더 깊다.
요금 상한제의 역설…손실은 오롯이 업주 몫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일본 특유의 ‘요금 상한제’다.
일반 공중욕장으로 분류되는 센토는 지자체가 정한 요금 상한을 초과해 가격을 올릴 수 없다. 시즈오카현의 경우 입욕료 상한은 520엔으로 고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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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현재 연료비 급등분을 반영하려면 최소 650엔은 받아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현행 상한보다 25%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서민 물가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규제가, 오히려 영세 업주에게 손실을 고스란히 떠넘기는 역설적 구조가 된 셈이다.
58년 노포의 폐막…지역 공동체의 상실
결국 경영 한계에 다다른 노포들의 폐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1968년 창업해 58년간 하루 200명 이상이 찾던 아오모리시의 ‘가츠라기 온천’은 최근 “2026년 5월 31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 온천 사장은 “영업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중유 가격이 매주 오르고 있어서 폐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이곳을 찾아온 단골 이용객은 “좋은 목욕탕이었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츠라기 온천은 일본 센토 산업의 전성기인 1960년대에 문을 연, 그 시대의 마지막 세대 중 하나였다.
센토는 단순한 목욕 시설이 아니다. 가정에 욕실이 드물던 시절부터 지역 주민들이 매일 모여 소통하던 생활 공동체의 거점이었다. 특히 고령 이용자에게는 사회적 고립을 막는 복지 기능까지 담당해왔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일본 지역 사회의 뿌리 깊은 쉼터를 지워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