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서울·도쿄 물가 역전 현상이 심화 되고있다
업무상 일본 출장이 잦은 30대 송모씨는 한국의 점심 가격이 일본에 비해 대략 2배 가량 높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차이는 식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런치플레이션’ 현상 때문으로 분석 되어진다.
KB국민카드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업무 지구에서 점심 한 끼에 평균적으로 1만2400원에서 1만28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의 직장인들은 점심을 만 원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 포털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외식 품목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6% 상승했다. 김치찌개 백반 1인분은 8000원을 넘어섰고, 삼겹살 1인분, 냉면, 비빔밥, 삼계탕의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기업 구내식당의 식사비 또한 크게 오르고 있으며, 구내식당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2.6%에서 2021년 4.2%, 지난해에는 6.9%로 상승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거의 2배에 해당하며, 외식물가와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초과했다. 저렴한 대체재로 여겨졌던 편의점 도시락 가격 역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일본 직장인들이 지출하는 점심값은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SBI신세이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남성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은 624엔(약 5700원), 여성은 696엔(약 6357원)이다. 렌덱스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는 500엔(약 4540원) 미만을 지출하거나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점심비용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일본 직장인들에게도 이러한 점심값은 부담이다.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져 온 일본은 최근 41년 만에 2%를 넘는 인플레이션을 맞아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일본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점심 메뉴인 규동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유명 규동 프랜차이즈 요시노야는 가격을 연이어 인상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저렴한 식사 옵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푸드트럭이나 편의점 도시락이 그 예로, 250~500엔 사이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로손스토어 100’에서는 200엔 도시락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는 일본에서 점심을 500엔짜리 동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원 코인 점심’이라는 개념으로 불리게 됐다. 이는 한국 직장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일본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심값 부담을 느끼는 이들 일부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공원이나 회사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도쿄 주재의 한 20대 일본인 기자는 편의점에서 주먹밥이나 도시락을 사서 회사에서 먹는 것이 일상이라며, 도쿄의 높은 물가를 고려할 때 매일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일본 직장인의 점심 문화에 주목하며, 일본이 식료품 가격 상승과 생활비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점심 메뉴 선택에서 검소함이 우선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400~500엔대의 학생 식당이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외부인의 출입 증가로 인해 관계자 외 출입 자제를 요청하는 공지를 내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의 외식 물가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 상승과 인기가 높아질 경우의 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담 증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