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벤츠·BMW 판매량 급감
테슬라마저 중국 브랜드에 밀려
출구 못 찾고 더 깊은 의존성 보여
중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던 독일 자동차 3사(폭스바겐그룹·메르세데스-벤츠·BMW)가 오히려 중국이라는 수렁에 빠져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독일차 3사는 현지 전기차 브랜드의 급부상과 경기 침체로 판매량이 급감했고, 이는 기업 전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매출의 30% 안팎이 나오던 최대 해외 시장을 대체할 곳을 찾지 못한 채, 미중 무역갈등과 유럽 내수 침체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다.
독일차 3사, 중국 시장에서 입지 급격히 감소
독일 자동차 3사의 작년 영업이익이 세계 자동차 업체 중 가장 크게 추락했다. BMW의 영업이익은 37.7%, 메르세데스-벤츠는 30.8%, 폭스바겐그룹은 15.1% 급감했다.
이는 현대차그룹(+0.6%), 일본 혼다(+16.4%), 미국 제너럴모터스(+20.2%)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수치다. 특히 폭스바겐그룹은 15년간 유지해 온 중국 내수 시장 1위 자리를 2023년 BYD에 처음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작년 중국 판매량(68만3000대)은 전년 대비 7% 감소했으며, BMW 역시 13.4% 감소한 71만4530대 판매에 그쳤다.
이러한 하락세는 중국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영향이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중국 국내 브랜드의 판매량은 약 556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7.8% 증가했으며, 이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이 57%에 달했다.
반면 독일(-6.2%), 일본(-12.4%), 미국(-19.2%) 등 해외 브랜드 판매량은 일제히 감소했다.
테슬라마저 중국 브랜드에 밀려…전기차 시장 판도 급변
불과 1년 전만 해도 테슬라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했으나,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제이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의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5년 2월 한 달 동안 유럽에서 1만 5,700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2만 8,100대)보다 44%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계 브랜드들은 1만 9,800대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제쳤다. BYD는 전년 대비 94% 증가한 4,436대를 판매했으며, 폴스타도 84% 증가한 2,405대를 기록했다.
특히 신생 브랜드 샤오펑(XPeng)은 1,034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대비 259%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테슬라의 2월 시장 점유율은 9.6%로,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현재까지의 점유율도 지난해 18.4%에서 올해 7.7%로 감소했다.
테슬라의 모델 Y 판매량은 8,800대로 전년 대비 56% 급감했으며, 모델 3의 판매량도 6,800대로 14% 감소했다.
난국 속 오히려 중국 투자 강화…출구 없는 딜레마
한편 더 큰 문제는 독일차 3사가 당장 마땅한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오히려 중국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은 작년 독일 인력의 30％에 달하는 인력을 줄이는 한편, 중국 허베이성에서 VCTC(폭스바겐 중국 기술 회사)를 운영하며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 개발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작년 20억 달러(한화 약 2조9천억원)를 투자해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합작사에서 올해부터 전기차 CLA 등을 생산하기로 했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 기업 허사이의 자율주행 부품 ‘라이다’를 사용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스마트카를 개발하기로 했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중국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는 유럽 자동차 시장이 러-우 전쟁 이후 회복되지 않고 있고, 고가 차량 위주의 라인업 특성상 제3국 판로 개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기술 면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업체와의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독일차 3사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지 못한 채 오히려 더 깊이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산 부품 사용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과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 외에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통의 강자였던 독일차 3사가 중국이라는 ‘양날의 검’에 의해 깊은 위기에 빠진 가운데, 이들이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