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전후 관세 적용 정리…시장 계산 다시 시작
25%→15% 신호 혼선, 특히 한국차가 민감 변수
미국차는 품질·대중차 공백…관세는 지렛대 시험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일상 변수로 자리 잡으면서 업계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에 폭넓게 적용되는 보편적 관세에 가깝지만, 충격은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사보다 현지 생산 체계가 늦게 갖춰진 한국차는 관세 부담을 가격과 물량에서 더 직접적으로 떠안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최근 APEC을 전후로 관세 적용이 정리되자, 제조사와 딜러들은 가격·물량·재고 전략을 다시 손보고 있다. 관세율도 부담이지만, 더 큰 파장은 과정이었다. 25%와 15% 신호가 엇갈리며 현장은 한동안 방향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동맹도 예외 없다” vs “한국차가 무섭다”…관세 이면의 두 해석
관세 압박은 여러 나라에 걸쳐 진행됐지만, 한국차가 유독 민감하게 거론된 배경을 두고 해석이 갈린다.

한쪽에서는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칼날을 들이대는 ‘보호무역식 협상’이라고 보고, 다른 쪽에서는 한국차의 존재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신호로 읽는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의 영향력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커졌고, 관세 리스크가 거론되던 기간에도 소비자 선택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형 SUV부터 패밀리 SUV,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그리고 럭셔리까지 고르게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한두 모델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체가 들어온다”는 위기감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 숨 고를 때 하이브리드로 버텼다…한국차 ‘양수겸장’의 힘
전동화 전환이 주춤한 구간에서 한국차가 보여준 ‘양쪽 대응’도 이런 인식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차 수요가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 않을 때는 하이브리드가 빈틈을 메우고, 대형 전기 SUV처럼 선택지가 많지 않은 영역에서는 먼저 자리를 잡는 장면이 반복됐다.
여기에 제네시스가 젊은 소비자층을 파고들며 링컨·캐딜락 같은 전통 브랜드와 같은 무대에서 비교되는 사례도 늘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간단하다.
같은 가격대에서 옵션과 완성도, 유지 부담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브랜드 충성도만으로는 지키기 어려운 구간이 생긴다는 점이다.
관세는 지렛대일까, 부메랑일까…가격 부담과 경쟁력 회복 시험대
반대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안고 있는 약점이 더 도드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잦은 리콜과 전자장치 문제, 소프트웨어 오류 같은 이슈가 반복되면 “비싸고 고장 나면 골치 아프다”는 인식이 강화되기 쉽다.

또 수익성을 이유로 픽업과 대형 차 중심의 전략이 이어지면서 3만~4만 달러대 대중차 시장이 상대적으로 비어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 틈을 한국차가 합리적 가격과 상품성으로 파고들었다는 서사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결국 관세는 가격을 올리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협상의 지렛대가 된다. 미국 내 투자와 생산을 더 끌어내고, 경쟁의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조치가 장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얼마나 키울지, 미국 업체들의 경쟁력 회복에 실제로 도움이 될지, 그리고 한국 브랜드의 현지 생산 확대가 관세의 충격을 얼마나 흡수할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의 반응이 어디에서 균형을 찾을지 향후 추이를 면밀히 지켜봐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