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첫 20만 대 돌파, 시장 급성장
테슬라·중국산 질주에 국산차 점유율 급락
가격·기술 경쟁 속 국내 산업 위기감 고조

국내 전기차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20만 대를 넘어서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을 이끈 주역은 국산차가 아닌 중국산 전기차였다. 테슬라 ‘모델Y’를 중심으로 한 중국산 전기차들이 가격 경쟁력과 성능 향상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席권하며, 국산차 점유율이 급감하는 등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20일 발표한 ‘2025년 국내 전기차 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22만177대로 전년 대비 50.1% 증가했다. 전기차 침투율도 13.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중국산 테슬라, 가격 경쟁력으로 국산차 압도

이번 전기차 시장 성장의 중심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Y’가 있었다. 해당 모델은 총 5만397대가 판매돼 승용 전기차 시장 점유율 26.6%를 차지했다. 테슬라 전체 판매량은 5만9893대로, 전년 대비 무려 101.3% 급증하며 현대차(5만5461대)를 제쳤다.
기아는 EV4, EV5, EV9 GT, PV5 등 신차 4종을 출시하며 6만609대를 판매해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성장률은 45.2%에 그쳐 테슬라의 고속 성장과는 대조를 이뤘다.
테슬라의 약진은 뛰어난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었다. 지난해 출시된 중국산 모델Y 완전 변경 모델 ‘주니퍼’는 성능을 개선하면서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었다. 여기에 정부의 보조금 조기 집행과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판촉 경쟁도 판매 확대에 기여했다.
중국 브랜드 공세, 국산차 점유율 18%p 하락
테슬라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중국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도 본격화됐다. BYD, 폴스타 등 주요 브랜드들이 빠르게 안착하면서,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2.4% 급증한 7만4728대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구도는 급변했다.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2년 75%에서 2025년 57.2%로 18%포인트 하락한 반면, 수입 전기차 점유율은 25%에서 42.8%로 상승했다.
중국 브랜드들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한 배경에는 공격적인 가격 전략과 빠른 기술 개발이 있다. 특히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가성비 높은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유럽 브랜드 중에서는 BMW(7729대), 폭스바겐·아우디(6674대), 포르쉐(3625대) 등이 성장세를 보인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화재 사고 여파로 2년 연속 판매가 감소해 2072대에 그쳤다.
지역별 보조금 차이, 전기차 침투율에 영향
전국적으로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됐지만, 지역별로는 정책 지원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경상북도는 최대 1100만 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며 전기차 침투율 16.2%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제주도는 잘 갖춰진 충전 인프라와 다양한 정책 혜택이 맞물리며 개인 구매 침투율이 33.1%에 달했다. 도민 3명 중 1명이 전기차를 소유한 셈이다.

반면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서울은 공동주택 내 충전 인프라 부족과 낮은 보조금 수준으로 인해 침투율이 12.8%에 그쳐 전국 평균(13.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정책적 지원과 인프라 구축이 전기차 보급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협회는 “중국산 전기차의 확산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가격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국내 제조업 기반 약화와 기술 종속 우려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생산을 장려하는 세제 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이 시급하다”며 “자율주행과 AI 기술이 전기차 선택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는 만큼, 기술 경쟁력 확보가 생존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올해 전기차 시장은 중국산 브랜드의 추가 진출과 국산차 업체들의 반격이 맞물리며, 한층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겠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에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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