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배터리 단일 공급망의 약점을 끊어내고 삼성SDI와 무려 10조 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최근 서울에서 차세대 전기차용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장기 공급하는 다년 계약에 전격 합의했다.
이는 단순한 부품 조달을 넘어 부진한 실적 늪에 빠진 벤츠가 생존을 위해 빼든 강력한 공급망 재편 카드로 풀이된다.
1년 만에 반토막 난 영업이익의 충격
벤츠가 이토록 다급하게 움직이는 이면에는 최근 발표된 참담한 성적표가 자리 잡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2025년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57%나 증발하며 곤두박질쳤다.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21%나 급감한 데다 무역 갈등으로 인한 12억 달러 규모의 관세 폭탄까지 얻어맞은 결과다.
위기감을 느낀 벤츠 경영진은 오는 2027년까지 전체 재료비를 8% 삭감하겠다는 고강도 비용 절감 전략을 가동했다.
결국 삼성SDI와의 이번 계약은 부품 조달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막대한 물류비용을 줄여 이익률을 방어하려는 철저한 계산의 산물이다.
LFP 쏟아지는 시장에서 프리미엄 고집
흥미로운 대목은 극한의 원가 절감 압박 속에서도 벤츠가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와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대중 브랜드들은 찻값을 낮추기 위해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앞다투어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벤츠는 향후 출시될 중소형 전기 SUV와 쿠페 라인업에 삼성SDI의 고성능 하이니켈 NCM 배터리 장착을 굳건히 고집했다.
주행거리와 열 관리 성능을 극대화해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기술적 우위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삼성SDI 역시 이번 계약을 통해 BMW, 아우디에 이어 벤츠까지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3사를 모두 단골로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다.
원가 절감 혜택은 소비자 지갑 비껴간다

그렇다면 제조사의 이 같은 천문학적인 배터리 공급망 개편이 실제 차를 사는 소비자의 지갑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냉정하게 말해 이번 10조 원 규모의 합작이 대중적이고 저렴한 벤츠 전기차의 탄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제조사의 비용 절감 전략은 곤두박질친 기업의 이익 마진을 방어하기 위한 방패일 뿐 신차 가격표를 낮춰주는 자선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전기차 생산 원가의 40% 가까이를 배터리 팩이 차지하는 구조적 한계는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합리적인 가격의 수입 전기차를 기다렸다면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