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사령관이 직접 언급한 오산 공군기지 소동은 그동안 한국인들이 굳게 믿어온 안보의 대전제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장비를 오산기지로 이동시켜 탄약 수송을 준비하는 과정이 한반도에 큰 소동을 일으켰다고 증언했다.
이는 단순한 해명 차원을 넘어, 주한미군에 배치된 첨단 방어 체계가 오직 한국만을 방어하기 위한 ‘전용 자산’이 아니라는 뼈아픈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붙박이 무기는 없다”… 수면 위로 드러난 미군의 ‘진짜 속내’
브런슨 사령관은 논란이 되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자체가 한반도를 떠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사드 체계에 쓰이는 핵심 탄약들이 현재 다른 전장으로의 이동을 위해 대기 중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혔다.
미국이 글로벌 분쟁 상황에 맞춰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 등 핵심 자산을 유연하게 재배치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이 한반도에서도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상수로 두고 주한미군의 장비를 영구적인 ‘붙박이’처럼 고정해 두는 것이 안보의 기본 상식으로 통했다.
이제는 미국 본토나 중동 등 타 지역의 급박한 전장 수요에 따라 언제든지 한국 내 자산을 빼내어 쓸 수 있다는 냉혹한 군사적 셈법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청문회에서 브런슨 사령관이 주한미군 장비 이동을 언급하며 ‘단순한 숫자가 아닌 역량 중심’의 방어를 강조한 것도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과 궤를 같이한다.
특정 지역에 고정된 무기 체계의 물리적 수량에 집착하지 않고, 필요할 때 언제든 전개하고 이동시킬 수 있는 기동성을 미군의 새로운 안보 표준으로 삼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다.
방공망 공백 우려… 독자적 억제력 증명해야 할 K-안보
주한미군 자산의 유연한 입출력이 현실화될 경우, 이것이 한반도 안보 환경에 미치는 파급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만약 해외에서 돌발적인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해 주한미군의 방공 자산이 대거 차출된다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한국의 요격망에 일시적인 공백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미국의 안보 우산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기존의 방위 체계가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했음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다만 한국 군 당국이 이러한 미군의 기조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한미군 장비 재배치 논란과 관련해, 설령 미국이 한반도에서 무기를 다른 곳으로 전개하더라도 우리 군이 북한의 어떠한 위협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무조건적인 불안감을 조성하기보다는 자체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고도화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전력화를 통해 다층 방어망을 두텁게 구축해 오고 있다.

결국 브런슨 사령관이 촉발한 오산기지 소동은 주한미군의 군사 자산을 바라보는 국가적 시각을 완전히 재정립해야 한다는 묵직한 과제를 던졌다.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요동치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한국은 어떤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압도적인 자체 방위력을 증명해야 하는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