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행정부가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 부설을 시도하는 이란 선박을 향해 즉각 격침 지시를 내리면서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수송의 핵심 동맥이 다시 전쟁 리스크 한복판에 놓였다.
“200만 원짜리 무기에 1조 군함 덜덜”… 기뢰전의 경제학
최첨단 스텔스기와 이지스 구축함이 바다를 지배하는 21세기에도 해상 통제권을 가장 빠르게 흔드는 수단은 아이러니하게도 싸구려 재래식 무기인 기뢰다.
기뢰전의 진정한 무서움은 물리적인 파괴력 그 자체보다, 상대의 시간과 막대한 자본을 갉아먹는 비대칭 경제전이라는 점에 있다.
미국 해양 안보 전문기관들의 분석을 보면, 구형 접촉식 기뢰 한 발을 제작하고 부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천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과거 미 해군 호위함 USS 새뮤얼 B. 로버츠는 약 1,500달러짜리 이란제 기뢰에 피격된 뒤 수개월 넘게 전열에서 이탈했고, 수리비만 9,000만 달러 안팎이 투입됐다.
걸프전 당시에는 미 해군 순양함 USS 프린스턴과 강습상륙함 USS 트리폴리도 각각 기뢰에 손상됐다. 당시 기뢰 가격은 수천~1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피해 복구와 소해 작전에는 훨씬 큰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기뢰가 실제로 폭발하지 않더라도 특정 해협에 부설됐다는 징후나 소문만으로도 상선들의 해상 보험료가 치솟고, 민간 선박의 통항이 스스로 위축된다는 사실이다.
호르무즈 해협처럼 좁고 붐비는 병목 해역에서는 단 몇 발의 기뢰 의혹만으로도 세계 에너지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 원유 70% 목줄, 기동함대도 호송 한계 존재해

전 세계 해상 석유 교역의 약 4분의 1, 글로벌 LNG 교역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안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약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4%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만큼, 해협 봉쇄나 통항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정유·석유화학·전력·물류 전반이 공급망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한국 해군 역시 아덴만과 중동 해역에 청해부대를 파견해 구축함 중심의 상선 호송 및 해적 퇴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역량이 있다.

하지만 수면 아래 무작위로 매설되는 기뢰는 기존의 대함·대공 방어망이나 수상함 호위만으로는 완벽히 막아내기 힘든 차원이 다른 비대칭 위협이다.
호위함이나 구축함이 상선을 따라붙어 미사일과 고속정을 막아낼 수는 있어도, 이미 바닷속에 숨어 있는 기뢰를 즉각 탐지하고 제거하는 일은 별도의 소해함, 무인수상정·무인잠수정, 헬기 및 정밀 탐색 체계를 요구한다.
결국 단일 호송 작전을 넘어 해군 차원의 정밀한 대기뢰전 역량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국가 차원의 원유·가스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 운용 계획을 함께 정교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단순한 중동 해역의 군사 충돌이 아니라, 200만 원짜리 기뢰 한 발이 한국 산업의 에너지 동맥까지 흔들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