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첫 SUV 그래비티 X로 오프로더 변신
빅서 지도 새긴 보닛·모듈형 루프랙 눈길
EV9·아이오닉9·GV90 맞서 치열한 경쟁 예고

루시드가 미국 몬터레이 카 위크 무대에서 새로운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브랜드 첫 전기 SUV 그래비티를 기반으로 한 그래비티 X다.
단순히 고급 SUV에 머물지 않고, 오프로드 감각을 입혀 리비안 R1S와 같은 탐험형 전기 SUV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고급스러움 속에 담은 오프로더 감성, 실내 디테일
외관 변화는 명확하다. 차체 폭을 넓히고 차고를 높였으며, 두툼한 올터레인 타이어와 스키드플레이트, 앞뒤에 달린 견인 고리까지 갖췄다.
무광 톤의 ‘Astral Drift’ 컬러와 스텔스 외장 패키지가 분위기를 차분하게 다듬는다. 보닛에는 빅서와 데스밸리의 지형선이 새겨졌고, 차체 측면에는 이번 행사의 무대인 페블비치 좌표가 각인됐다.

루프에는 모듈형 랙이 설치돼 보조등과 루프박스, 각종 장비를 유연하게 얹을 수 있다. 도시와 자연을 넘나드는 이미지가 의도적으로 강조된 셈이다.
성능의 뼈대는 기존 그래비티 그랜드 투어링에서 가져왔다. 최대 828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약 96km까지 3초대 중반에 도달하고, 항속거리는 약 724km(450마일)로 제시돼 있다.
동급 전기 SUV들 사이에서만 놓고 봐도 가속과 주행거리 모두 최상위권에 속하는, 상당히 잘 달리는 수준의 SUV다.
다만 오프로드 전용 휠과 루프 장비가 실제 주행거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내는 기본적인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 주황색 스티치와 패브릭 소재를 더해 한층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운전대 상단에는 중심을 표시하는 줄무늬가 더해졌고, 바닥에는 금속 로고가 새겨진 올웨더 매트가 깔려 고급감을 더욱 강조했다.
EV9·아이오닉 9·GV90, 한국 브랜드의 거센 추격
문제는 이 차가 경쟁할 무대다. 루시드가 겨냥한 곳은 명백히 미국 고급 전기 SUV 시장이다. 여기서 최근 한국차들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
기아 EV9은 이미 미국에서 판매 중이며, 3열 좌석과 최대 5000파운드 견인력, 300마일 내외의 주행거리를 앞세워 가족형 SUV 수요를 파고들고 있다.

현대차도 곧 아이오닉 9을 공개해 600킬로미터 이상 항속을 내세울 예정이다. 여기에 제네시스가 준비 중인 GV90까지 가세하면, 루시드가 노리는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은 한국 브랜드와의 정면 대결을 피하기 어렵다.
리비안이 개척한 모험형 전기 SUV라는 영역에 루시드가 첫 발을 들였다. 동시에 기아와 현대, 제네시스가 차례로 진입하는 시장과도 겹친다.
그래비티 X가 콘셉트 단계를 넘어 실제 도로 위에 오를 수 있을지, 또 기존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