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처음 있는 일”…현대차 ‘파격 인사’ 단행하자마자 “날개 달았다” ‘초대박’

7만 대 넘게 팔린 ‘크레타’
29년 만에 첫 인도인 CEO 선임
7조 원 투자로 현지화 박차

“이 정도면 인도 국민차라고 해도 되겠네.” 현지에서 터져 나온 이 한마디가 지금의 현대차 인도 성과를 설명한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인도에서 총 7만347대를 판매하며 올해 들어 월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8월(6만501대) 대비 1만 대 이상 늘어난 결과다. 핵심은 인도 전략형 모델 ‘크레타’였다. 크레타(전기차 포함)의 9월 판매량은 2만95대에 달하며, 전체 판매의 29%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시장을 다져왔으며, 이제는 북미에 이어 ‘두 번째 시장’으로 인도를 낙점하고 있다.

29년 만의 현지인 CEO…변화의 중심엔 ‘사람’이 있었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이처럼 빠르게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전략적 리더십 변화도 주효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 진출 29년 만에 처음으로 인도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타룬 가르그를 법인장으로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현지 시장과 소비자 감성을 제대로 이해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큰 변곡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도 “가르그 CEO는 인도 자동차 시장 특성과 유통 구조, 소비 트렌드에 정통하다”며 “내부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7조 투자’와 100만대 생산, 전략 허브로 도약

현대차는 인도 시장을 단순한 판매처가 아닌 전략적 생산·수출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2030년까지 총 4500억 루피, 우리 돈 약 7조3000억원을 투입해 연구개발과 공장 증설, 신차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투자금의 60%는 연구개발에 쓰이고, 나머지는 전기차 생산과 충전 인프라 구축에 활용된다.

현재 현대차는 기존 첸나이 공장에서 연간 80만대를 생산 중이며, 최근 GM으로부터 인수한 푸네 공장이 설비 개선을 마치면 연 25만대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두 공장을 합치면 인도 내 연간 생산량은 100만대를 돌파하게 된다. 이는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뛰어넘는 규모다.

현대차는 인도 공장을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 허브’로 육성하려 한다.

가격·정책·소형 SUV…’맞춤형 전략’이 만든 승부수

인도 시장은 14억 인구라는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구매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이다. 인도 정부도 이를 고려해 소비세를 인하하고, 전기차에 대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 중이다.

현대차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소형 SUV와 전기차에 집중했다. ‘베뉴’와 ‘크레타’는 가격 경쟁력과 현지 도로 상황에 적합한 크기로 주목받고 있으며, 전기차 ‘크레타 EV’는 인도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는 2027년에는 인도 시장에 맞춘 경형 전기 SUV도 출시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인도에서 생존하려는 게 아니라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으로 현지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미국, 중국보다 무역 장벽이 낮은 인도 시장은 앞으로도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과 중국 시장의 난관 속에서 인도라는 ‘기회의 땅’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29년간의 인내와 7조 원의 투자, 그리고 ‘현지화’라는 키워드가 맞물리며, 현대차는 이제 단순한 외국 브랜드가 아닌, ‘인도차’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지 자동차 판매의 성과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 한국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