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현대자동차가 예상치 못한 중동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발생한 판매 손실을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 온 현대차에 있어, 수익성이 높은 중동 시장의 위축은 뼈아픈 실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양 달라서 못 판다, 발 묶인 중동행 물량
현대차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중동 시장을 위해 생산된 차량을 다른 나라로 돌려 팔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동 지역은 연중 이어지는 극한의 고온 기후를 견뎌야 하는 특성상 엔진 냉각 시스템과 에어컨 성능이 타 지역 모델보다 대폭 강화된 전용 사양을 사용한다.
또한 국가별로 상이한 안전 규제와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다 보니, 중동행으로 제작된 차량을 즉시 북미나 유럽 등 수요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결국 중동 현지 판매가 막히면 해당 물량은 고스란히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생산 라인의 가동률 저하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싼타페·팰리세이드 텃밭 흔들, 수익성 직격탄
중동은 현대차에 있어 단순한 판매 지역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고마진 시장이다.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같은 대형 SUV는 물론,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인기가 높아 차량 한 대를 팔았을 때 남는 이익이 다른 지역보다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SUV 수출 비중을 꾸준히 높여오며 짭짤한 재미를 봐왔다.
하지만 이번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길이 좁아지면서 현대차 전체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사우디 공장 지연 우려, 안개 속 중동 전략
현대차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조립 공장 건설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뇨스 CEO는 사우디 공장의 개장 일정이 지역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언급하며 가동 시점의 불확실성을 시사했다.
현지 생산을 통해 중동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던 현대차의 중장기 전략이 지역 정세라는 돌발 변수에 가로막힌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중동에 쏠린 수출 비중을 다변화하고 지역 특화 사양의 공용화 비율을 높이는 등 리스크 분산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