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가중되는 가운데, 폴란드가 프랑스 주도의 독자적인 유럽 핵우산 체제에 공식 합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20일(현지시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연합(EU) 내 핵 억지력의 실질적 단계 전환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투스크 총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폴란드가 독일과 스웨덴 등 여러 국가가 이미 동참하고 있는 이른바 ‘전방 억지력 그룹’에 공식적으로 합류했음을 확인했다.
“원치 않지만 필수적”… 라팔 띄우는 폴란드의 딜레마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를 폴란드 공군 기지에 전진 배치하는 방안을 핵심 테이블에 올렸다.

이러한 협력의 배경에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EU 내 유일한 핵보유국으로 남은 프랑스의 전략적 지위가 자리 잡고 있다.
약 29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프랑스는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기존 나토(NATO) 체제의 불확실성을 틈타, 자국의 핵 전력을 바탕으로 한 범유럽 독자 방어망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전선 국가인 폴란드 입장에서는 동맹국의 핵무기가 자국 상공에 배치되는 상황이 심각한 딜레마로 작용한다.
강력한 억지력을 얻는 동시에 분쟁 발발 시 러시아의 1차 핵 타깃이 될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투스크 총리 역시 기자회견에서 라팔 전투기에 핵무기를 탑재하고 폴란드 상공을 날아다니는 것은 자신이 꿈꾸던 상황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그는 프랑스가 당장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계획해 두지 않았기를 바란다면서도, 현재 우리가 핵 억지력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은 필수적인 대응이었다고 강조했다.
선언부터 합류까지 속도전… 프랑스 핵우산 지형 변화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 거대한 안보 지형 변화는 매우 급박한 타임라인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초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의 핵탄두 증강과 핵 억지력의 새로운 단계를 선언하며 유럽 안보의 독자 노선을 천명했다.

이후 단 몇 달 만에 독일, 스웨덴 등 8개국을 규합해 공중 발사 핵무기 훈련에 참여하는 억지력 그룹을 구성했고, 이번 그단스크 회담을 통해 러시아와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폴란드까지 이 그룹에 완전히 포섭했다.
프랑스는 향후 몇 달 안에 폴란드 공군 기지 내 항공기 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연합 훈련 및 정보 공유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팽창 야욕과 미국의 안보 정책 변화라는 이중고 속에서, 유럽 대륙을 덮고 있는 핵우산의 중심축이 파리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