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에 불안했는데 “기우였나?”…월간 점유율 추이에 ‘하락 한 번 없어’

현대차·기아 美 11% 돌파
5개월 연속 상승세 지속
관세 불안속에서도 질주
Hyundai Kia US sales rise
미국 현대차 판매점 (출처-연합뉴스)

관세 폭탄 공포 속에서도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흔들림 없이 성장 곡선을 그렸다. 이들의 점유율은 올해 단 한 번도 뒷걸음질치지 않았다. ‘관세 리스크’라는 암운 속에서도, 이례적이라 할 만큼 탄탄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시장조사업체 워즈 인텔리전스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11.0%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포인트 오른 수치다. 현대차는 40만116대를, 기아는 35만2천662대를 판매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이들의 월간 점유율이 한 번도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1월 10.5%에서 시작해 2월 10.7%, 3월 10.9%, 4월 11.1%, 5월에는 11.6%까지 올랐다. 미국 내 주요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이처럼 매달 점유율이 오름세를 보인 사례는 드물다.

관세 공포, 오히려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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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양재 사옥 (출처-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관세 선반영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며 이번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특히 3, 4월에는 관세 인상에 대한 불안감으로 차량을 미리 구매하려는 소비자 심리가 커졌고, 이 흐름을 현대차·기아가 빠르게 포착했다.

4월만 해도 현대차·기아의 판매 증가율은 16.3%로, 미국 전체 완성차 평균 증가율인 11.1%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하이브리드차(HEV)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같은 달 HEV 판매량은 2만6천134대로, 전년 대비 무려 65.8%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HEV 수요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현대차·기아가 관련 라인업을 미리 갖추고 있었던 것이 주효했다”며 “관세를 앞두고 물량을 미리 확보한 전략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성장 둔화에도 선방한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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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차 판매점 (출처-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은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상승 기조를 이어갔다. 5월 이들의 판매 증가율은 6.7%로 전월보다 둔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시장 평균인 2.5%보다 훨씬 높았다.

업계에서는 HEV 판매 호조에 일부 인기 모델의 프로모션 전략이 결합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또,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5월까지는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한 것도 영향을 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지 않았고, 소비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어 구매 흐름이 크게 꺾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변수는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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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출처-연합뉴스)

그러나 지금의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반기엔 여러 불확실성이 겹쳐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내 ‘비관세 재고’가 점차 소진되며, 차량 가격 인상 압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포드는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가격을 이미 올렸고, 토요타도 다음 달부터 미국 판매가를 평균 270달러(한화 약 36만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현대차·기아도 조만간 가격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마진이 낮은 업체부터 서서히 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기아도 경쟁사의 인상 폭을 지켜보며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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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관세 인상을 거론하면서, 또 다른 불확실성이 드리워지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연설에서 “머지않아 자동차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며 외국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고려하게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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