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화도로나 국도를 달리다 보면 네모난 철제 ‘이동식 과속단속 카메라 부스’를 흔히 마주치게 된다.
가까이 다가가 부스 안이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하며 다시 가속 페달을 밟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는 텅 빈 부스 앞에서도 내 차의 번호판과 주행 속도가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번쩍이며 운전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전망이다.
빈 깡통인 줄 알았는데 번호판이 찍힌다
과천시가 최근 특허 등록을 마친 ‘이동식 감속 유도 보조장치’는 이러한 운전자들의 심리적 허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경찰이 운영하는 이동식 단속 부스 위에 간편하게 탈부착할 수 있는 이 장치는, 내부 과속 감지 센서와 차량번호 인식 카메라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는 단속 카메라가 부스 안에 들어있지 않은 시간대라도, 제한 속도를 위반해 달려오는 차량을 감지하면 즉각 작동한다.
장치 상단의 LED 전광판에 위반 차량의 번호 일부와 현재 속도가 붉은 글씨로 표출된다. 과태료 고지서가 당장 날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마치 실제 단속에 적발된 것과 동일한 강력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되는 원리다.
3천만 원짜리 단속 장비 뺨치는 가성비
이 장치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전국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예산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도로에 고정식 과속단속 카메라 1대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지주대 공사와 센서 매립 등을 포함해 약 2,000만~3,000만 원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반면 이 장치는 이미 설치되어 있는 이동식 부스 위에 가볍게 얹기만 하면 된다.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 없이도 고정식 카메라 못지않은 과속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과천시는 현재 관내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2곳에 이 장치를 설치해 시범운영을 진행 중이다.
앞서 2022년 도입해 큰 효과를 본 ‘우회전 차량 보행자 경고시스템’에 이어 이번 특허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저비용 고효율을 노리는 타 지자체들의 벤치마킹과 전국적인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대 13만 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지 않더라도, 운전자 스스로 속도계를 확인하고 브레이크를 밟게 만드는 ‘넛지(Nudge) 효과’가 도로 위의 새로운 안전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