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던 제네시스도 결국”…트럼프 한마디에 ‘중대 결단’ 내린 현대차, 대체 무슨 일?

트럼프發 관세 여파 본격화
제네시스 미국 재고 쌓이자 특근 멈춰
생산 조절, 가격 인상은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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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출처 :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 라인을 멈췄다. 오는 19일로 예정됐던 울산공장의 주말 특근을 전격 취소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부활시킨 ‘25% 관세 폭탄’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미국 내 수출길이 막힌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미국으로의 출고를 늘려 실적을 끌어올린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는 정반대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주문 대기가 줄고, 미국 재고는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결국 생산량 조절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SUV·세단 전방위 생산 조절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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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51라인 / 출처 : 뉴스1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울산 2공장 1라인(GV70, GV80 등 SUV 생산)과 5공장 1라인(G70, G80, G90 등 세단 생산)의 7월 19일 특근 일정이 전면 취소됐다.

노조는 이 같은 결정을 조합원들에게 통보하면서, “미국 자동차 관세 정책 강화와 재고 누적, 판매 둔화 우려”를 주요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GV70·GV80의 미국 재고는 지난 1월 7,200여 대에서 이달 초 기준 1만 3,000여 대로 늘어났다.

올해 4월 미국 관세가 다시 부과된 이후, 현대차는 물량을 최대한 미국에 먼저 보냈다. 덕분에 상반기에는 3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선전했지만, 이제는 재고가 부담이 된 셈이다.

가격은 못 올리고, 특근은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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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공장 / 출처 : 연합뉴스

현대차는 현재로선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다. 현지 시장에서의 점유율 방어가 더 급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연식 변경에 따른 소폭 인상은 있었지만, 이는 관세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관세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한계에 이르면서 결국 가격 조정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까지 한시적 관세 유예를 발표했지만, 자동차 품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25%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 확인된 상황이다.

통상 전문가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자동차 관세 완화는 트럼프 정부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카드”라고 잘라 말했다.

국내 공장 흔들, 미국은 확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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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 출처 : 연합뉴스

한편 현대차는 이미 미국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에서 아이오닉 5의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이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관세 이슈 모두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현재는 아이오닉 9도 생산을 시작했으며, 향후 기아 및 제네시스 모델도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 같은 미국 내 전기차 확대는 국내 공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울산 1공장에서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12라인은 3월과 4월, 특근이 한 차례도 없었으며, 포터 전기차 생산 라인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미국 수출이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국내 생산량이 줄고 미국 현지 생산이 늘어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룹 차원의 위기 대응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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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공장 / 출처 :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이달 하순 권역장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매년 상·하반기 한 번씩 진행하는 글로벌 회의로, 이번엔 미국 관세 대응 전략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은 좋았지만, 이제부터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며 “현대차의 글로벌 분산 생산 전략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국내 생산을 유연하게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이오닉 5 특근이 없었다고 해서 국내 생산이 줄어든다고 보긴 어렵다”며 “내수 수요와 상황에 맞춰 조절 중일 뿐”이라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 24조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생산지 변화의 신호탄은 이미 쏘아 올려졌다. 그 여파가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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