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개소세 연장에 체감 물가는 숨 고르기
19번째 감세에 세수 감소·재정 부담은 눈덩이
환율 불안 속 임시 처방, 출구 전략은 안갯속

정부가 유류세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또 한 번 연장했다. 당장의 체감 물가는 한시름 놓게 됐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요동치는 환율과 갈수록 쪼그라드는 국고 상황 속에서, 이 같은 선택이 과연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느냐는 우려다.
체감 물가 잡았지만,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구체적으로는 올 연말 종료될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를 2개월 더 연장하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은 내년 6월 말까지로 늘렸다. 고물가 시대에 기름값 상승을 억제하고 차량 구매 부담을 낮춰 민생 경제를 보듬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리터당 50원 넘게 낮아지는 효과가 지속되며, 신차 구매 시에는 최대 143만 원의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다. 출퇴근길 주유소의 가격판이나 신차 전시장에서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는 이 ‘달콤한 혜택’이 어디서 오는가다. 유류세와 자동차 개소세는 국가 재정을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이를 깎아준다는 것은 곧 정부가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2021년부터 시작된 유류세 인하는 이번이 벌써 19번째 연장이다. 한시적인 비상 조치를 넘어 사실상 상시 정책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세수 결손이 누적되고 있지만, 이를 메울 뚜렷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외환시장 안정과 재정 여력 확보가 절실한 시점에 주요 세입원을 계속 줄이는 선택이 장기적으로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우려가 깊다.
당장의 물가 압력을 누르는 효과는 확실하지만, 그 비용을 고스란히 미래 재정으로 전가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금 인하의 끝은 어디…돌아갈 길이 더 험난하다

이른바 ‘출구 전략’의 부재도 고민거리다. 오랜 기간 낮은 세율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인하 조치를 끝내고 정상 세율로 회귀하는 순간, 국민이 체감하는 가격 충격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장 사회적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혜택을 시작하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과제가 된 셈이다.
결국 이번 결정은 민생의 당장 부담을 더는 선택과 국가 재정의 건전성, 정책 일관성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있지만, 환율 불안과 빠듯한 재정 여건 속에서 이런 임시 처방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당장의 안도감 이면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보다 냉철한 논의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