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는 기름값이 안 들어서 타면 탈수록 이득이다”라는 자동차 시장의 오랜 절대 공식이 깨지고 있다.
미국 정치권이 내연기관차가 내던 주유소 휘발유 세금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친환경차 오너들에게 직접적인 도로 사용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차량의 기본 가격표에 가려져 있던 총소유비용(TCO)의 민낯이 드러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거대한 파장이 일고 있다.
전기차 연 250달러·하이브리드 100달러 청구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교통위원회는 최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소유주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해 연방 고속도로 신탁기금을 확충하는 법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차가 늘어날수록 도로 보수에 쓰이는 전통적인 유류세 세수가 급감하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미국 공화당은 지난해 전기차에는 연간 250달러(약 33만 원),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100달러(약 13만 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안한 바 있다.
만약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해 5년간 운행한다고 가정하면, 순수하게 도로 사용료 명목으로만 1,250달러(약 166만 원)의 예상치 못한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총소유비용(TCO)의 배신, 무너진 유지비 환상
이러한 정책 변화는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 치명적인 심리적 저항선을 형성한다.

자동차 산업 분석가들은 차량을 구매해 중고로 되팔 때까지 들어가는 총소유비용 관점에서 전기차의 경제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파르게 인상된 충전용 전기요금과 무거운 배터리 탓에 내연기관차 대비 평균 20% 이상 비싼 자동차 보험료가 이미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매년 수십만 원의 도로 수수료까지 얹어지면서, 비싼 초기 구매 가격을 저렴한 유지비로 상쇄한다는 전기차 특유의 세일즈 포인트가 급격히 힘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미국 올인 현대차, 친환경차 질주에 켜진 경고등
미국 내 친환경차 도로세 도입 움직임은 현지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판매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현대자동차그룹에게도 뼈아픈 악재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 시리즈와 투싼,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을 앞세워 미국 내 친환경차 점유율을 기록적으로 끌어올리며 성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연간 수십만 원의 추가 비용이 고정적으로 발생할 경우, 가성비와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현대차를 선택하던 핵심 고객층의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현지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지비 혜택이 줄어들면 소비자들은 다시 초기 구매 비용이 저렴한 내연기관차로 회귀하거나 렌트 및 리스로 수요를 돌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의 차량 가격 자체를 획기적으로 낮추거나 압도적인 전비 개선 기술을 선보이지 않는 한, 총소유비용 상승이라는 거대한 허들을 넘기 어려워졌다.

전기차 전환기를 맞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이제는 기술력 경쟁을 넘어 소비자의 지갑을 설득해야 하는 냉혹한 계산대 위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