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세단의 상징 SM6, 27년 역사 끝나다
초반 돌풍과 명성에도 승차감 논란에 흔들려
SUV 대세 속 마지막 세단으로 조용히 퇴장

르노코리아의 중형 세단 SM6가 지난 11월 판매를 멈추며, 1998년 삼성자동차가 첫 승용 모델 SM5로 열었던 27년의 세단 역사가 막을 내렸다.
한때는 중형차 시장을 흔들며 그랜저 수요까지 일부 흡수하던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SUV 중심의 흐름 속에서 더 이상 설 자리를 찾기 어려워졌다.
승차감 논란의 그늘…식어버린 초반의 뜨거운 기세
SM5는 내구성과 방청 기술로 신뢰를 쌓았고, 그 뒤를 잇는 SM6는 2016년 등장과 함께 국내외 디자인 상을 휩쓸며 초반 기세를 올렸다.
당시 국산 중형차에서 보기 힘들던 풀 LED 헤드램프와 HUD, 주차 보조 장비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고, 차명 ‘6’이 주는 높은 급감도 시장 반응을 끌어올렸다.

출시 첫해 대부분의 달에서 중형 자가용 등록 1위를 기록하며 세단 부문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장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토션빔 서스펜션이 적용되며 승차감 논란이 퍼졌고, 부분 변경을 통해 개선에 나섰지만 줄어드는 판매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했다.
초기 돌풍은 서서히 힘을 잃었고, 몇 년 사이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며 세단 브랜드로서의 존재감도 약해졌다.
세단의 자리 좁히는 SUV 물결…국내 시장 판도 뒤집다
같은 시간 시장 전체의 중심축이 SUV로 빠르게 이동했다. 국내 SUV 판매는 10년 사이 크게 늘었고, 전체 승용차에서 SUV 비중은 절반을 넘겼다.

반면 세단은 해마다 줄었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세단 라인업을 정리했다. 체어맨, 크루즈, 말리부, SM 시리즈 등이 차례로 사라지며 지금 세단 전 라인업을 유지하는 곳은 현대차가 사실상 유일하다.
르노 본사도 흐름을 바꿨다. 유럽에서 SUV 인기가 커지며 르노는 2022년 탈리스만 단종을 끝으로 세단 라인업을 접었다. 그 결과 르노코리아 역시 들여올 후속 모델 자체가 없어졌고, SM6는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마지막 세단으로 남게 됐다.
삼성자동차가 야심차게 첫 세단을 내놓던 시절의 열정은 이제 역사 속 장면이 됐다. 도로 위 풍경은 변했지만, 한 시대를 함께한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SUV 시대가 길어지는 지금, 다음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될지 향후 추이를 면밀히 지켜봐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