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미니밴 시장의 개척자이자 원조로 불리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가 2027년형 모델의 가격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새롭게 책정된 가격표를 확인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기아 카니발의 가성비가 재조명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원조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상품성을 강화했지만, 한국산 미니밴의 매서운 가격 공세를 넘기에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밀리카 시장의 스테디셀러인 미니밴을 고민하는 수요자들에게 이번 퍼시피카의 가격 정책은 선택의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니밴 원조의 반격, 가격표 열어보니 ‘카니발 하이브리드’급

스텔란티스 북미 법인에 따르면 2027 크라이슬러 퍼시피카의 시작 가격은 가솔린 기본형인 LX 트림 기준 4만 1,495달러(한화 약 5,700만 원)로 책정됐다.
여기에 중급 트림인 셀렉트(Select)는 4만 3,545달러, 상위 모델인 리미티드(Limited)는 4만 7,995달러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미국 시장 특유의 탁송료(Destination) 1,995달러가 추가로 붙으면 실질적인 시작가는 4만 3,000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흥미로운 지점은 경쟁 모델인 기아 카니발과의 가격 대조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2026년형 기아 카니발 가솔린 기본형(LX)의 가격은 3만 7,390달러로, 퍼시피카보다 무려 4,105달러(약 560만 원)나 저렴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퍼시피카의 순수 가솔린 기본형 가격이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상위 트림인 LXS($41,390)보다도 105달러 비싸다는 점이다.

기름을 더 많이 소모하는 미국 브랜드의 가솔린 미니밴을 살 돈이면, 연비 효율성이 뛰어난 한국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미니밴을 사고도 돈이 남는 셈이다.
실속을 중시하는 미국 예비 오너들이 기아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퍼시피카만의 강력한 무기, ‘Stow ’n Go’와 AWD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퍼시피카가 여전히 미니밴 시장에서 강력한 지지층을 보유한 비결은 독보적인 실내 활용성에 있다.
퍼시피카의 최대 강점인 ‘Stow ’n Go’ 시트는 2열과 3열 좌석을 차체 바닥 아래로 완전히 접어 넣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시트를 무겁게 들어내지 않고도 광활한 적재 공간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캠핑이나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차주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매력으로 꼽힌다.
또한 사륜구동(AWD)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아 카니발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기아 카니발은 현재 전륜구동 방식만을 제공하고 있어, 눈길 주행이나 험로 운행이 잦은 북미 일부 지역의 운전자들에게는 퍼시피카의 AWD 시스템이 가격 차이를 상쇄할 만큼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보증 조건과 유지비, 결국 기아 카니발의 판정승?
물론 유지비와 사후 관리 측면으로 눈을 돌리면 기아 카니발의 우세가 점쳐진다. 기아는 북미 시장에서 10년/10만 마일의 파워트레인 보증을 제공하며 최고 수준의 신뢰도를 구축한 상태다.

반면 크라이슬러는 브랜드 전반의 신뢰도와 중고차 잔존가치 면에서 카니발보다 다소 불리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카니발은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며 고유가 시대에 대응하고 있지만, 퍼시피카는 일반 가솔린 모델과 고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라인업이 이원화되어 있어 합리적인 가격대의 친환경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패밀리카 교체를 고민한다면 운행 패턴부터 따져봐야 한다. 짐을 자주 싣고 4륜구동이 필요하다면 퍼시피카가 좋은 선택이지만, 구매 비용·연비·보증을 중시한다면 기아 카니발의 가성비가 여전히 압도적이다.
미국 미니밴의 원조가 가격을 소폭 낮추며 반격에 나섰지만, 기아 카니발의 독주 체제를 흔들기에는 한 끗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